골퍼라면 누구나 라운드 중 난조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승경험이 없는 프로가 마지막 날 망가지거나 싱글 스코어를 눈앞에 두고 그늘 집에 들렀다 한 순간에 백돌이가 되기도 한다. 이런 갑작스런 난조의 대부분은 심리적인 면에서 발생한다. 기초가 부실하거나 자신의 골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면 더욱 더 힘겨워지는데 의심과 난조는 병행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난조를 벗어나려면 최고였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좋았을 때의 리듬과 타이밍, 테이크 백, 상체의 꼬임과 다운스윙의 시작, 임팩트 순간 등을 끄집어 내 응용한다. 우리의 뇌와 근육에는 좋은 기억의 경험들이 수없이 잠재되어 있다. 이런 좋은 기억의 잔재들은 난조를 해결하고 빠른 진보를 보장한다.
그 다음에는 가장 원초적인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그립을 점검하고 스탠스, 공의 위치, 셋업 등 가장 기초적인 포스쳐에서 해결책을 모색한다. 실수한 샷의 대부분은 이미 공을 치기 전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라운드 도중 스윙을 바꾸거나 기술적으로 접근하면 더 심하게 망가질 수 있어 좋지 않다. 잭 니클라우스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정확하게 셋업 한다면 심지어 당신이
2류 스윙을 한다고 할지라도 훌륭한 샷을 치기 위한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만약 부정확하게 셋업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스윙을 할지라도 형편없는 샷을 치게 될 것이다."
이 위대한 사람의 말은 확실히 맞다. 골프에서는 아름다운 스윙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셋업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도해야 할 것은 철저하게 단순해지고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느린 사고는 좋은 동작과 리듬, 타이밍을 만들어 준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보비 존스는 "좋은 폼의 핵심은 단순성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가지는 스윙의 가장 큰 문제도 단순한 것에 있고 해결책 또한 가장 단순한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해 본다. 걸음도 느리게 걷고 연습스윙도 느리게 하고
티도 느리게 꽂는다. 어드레스하기 전에 몇 번 심호흡을 크게 해도 좋다. 이런 일련의 동작들은 신체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마음의 평정심을 찾아 준다. 분노와 좌절의 감정에 혼수상태에 빠지면 18홀 내에 절대 이성을 찾을 수 없다. 골프가 어려운 것은 너무 많은 이론들과 해결책이 머리에서 투쟁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단순해져야 한다.
라운드를 나갈 때마다 난조가 계속되면 암의 초기증상처럼 가장 위험한 상태다.
무조건 일정기간 라운드를 멈추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비디오로 자신의 스윙을 분석해 난조의 원인을 규명하고 좋은 프로를 만나 좋았을 때의 감각을 찾는다. 이러다 되겠지 라며 계속 라운드를 하면 나쁜 동작과 습관들이 몸에 배 천성으로 굳어져 평생 골프 장애자로 살아야 한다.
필자 주변에는 20년 이상 망가진 상태로 라운드 하는 골퍼들이 많다.
그들의 특징은 교정에 필요한 시간을 견디는 인내가 없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쓰며 평생 하수로 사는 것보다 3개월을 투자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사실 지금까지 익힌 스윙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타이거 우즈는 지금까지 3차례 이상 스윙을 교정했고 닉 팔도는 브리티쉬 오픈을 우승한 좋은 스윙을 가졌지만 미국에 온 후 스윙을 통째로 바꿔 세 번이나 마스터스를 제패했다. 변화를 두려워 말고 자신의 골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스윙을 바꿔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까.
히말라야에 갔을 때 만난 힌두 수행자는 시간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어져
언젠가는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의 육신은 바람에 날리는 헌 누더기와 같은 거라고 했다. 난조가 계속되거나 골프가 오랫동안 진보하지 않으면 누더기처럼 너덜거리는 스윙을 버리고 새로운 스윙을 만들어 본다. 변신의 과정이 힘겨우면 언제나 두 명을 생각하면 된다. 꼭 이겨야 할 필생의 라이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잘못된 스윙을 바꾸기 위해선 우선 그립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쁜 그립은 좋은 스윙을 포기하는 것이며 그립은 스윙의 약 80퍼센트를 좌우한다. 그리고 어드레스와 셋업 등의 기초적인 면을 수정한다. 교정된 스윙은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손톱이 자라는 것처럼 언젠가는 바뀌어 있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본적인 것을 바꾸면 스윙의 모든 것이 바뀌고 좋아진다는 것이다.
스윙의 교정과 함게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면 금상첨화다.
게임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결국 마음을 잘 컨트롤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모든 스포츠를 통 털어 골프는 가장 큰 정신적인 도전을 받는 게임이다. 장애인이자 학자인 헬렌 켈러는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우리는 닫힌 문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를 향해 열린 새로운 문은 보지 못한다."
갑자기 난조에 빠지면 우선 천천히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조급함에 서두르기 시작하면 다른 곳에 열려 있는 문을 전혀 보지 못하고 평생을 우울한 골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