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황제 게리 플레이어의 비법은 ‘트레일러 안의 역기’
언젠가 국내 유명 프로골퍼와 라운드를 하면서 좋아하고 닮고 싶은
프로 골퍼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난 지체 없이 ‘게리 플레이어’라고 답했다.
그 프로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왜 게리 플레이어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물론 당대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더 많이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나
아놀드 파머 같은 선수도 있지만 필자와 비슷한 167㎝에, 70㎏ 정도의
작은 체격으로 4대 메이저를 포함해 9번의 챔피언을,
시니어가 된 후에도 9번의 시니어 챔피언을 획득한 그는
골프선수로서, 교육자로서, 사회사업가로서, 골프장 설계가로서,
여섯 자녀의 아버지로서 흠잡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모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헌신적 봉사 역시 나를 감동하게 만든다.
TV에서 그를 보면 아직까지 70이 넘은 노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당당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이런 당당함은 신체적 강인함에서 오는 측면이 강할 것이다.
그가 다른 삼사십대 프로 선수들보다 특이할 만한 것은 바로 ‘근력운동’이다.
그의 마을 빌리면 ‘시합을 한 후 다른 선수들이 파티장에서 즐기고 있을 때
나는 트레일러 안에서 역기를 들었다’고 한다.
골프 투어를 하면서 항상 트레일러에 역기 같은 근력운동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시합이 끝나면 파티장에 가지 않고 혼자 골프 근육을 키우는 데 치중했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당시에는 골프 선수가 근력운동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골퍼가 다른 운동을 하면 근육의 기억이 바뀌어
잘 칠 수 없다’라는 이론이 팽배하여 프로 골퍼들이 근력운동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은 시기였다. 아직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몸이 둔해진다고 믿고 있는 프로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프로골퍼들은 정교하고 힘 있는 골퍼가 되지 않으면 우승의 꿈과는 멀어진다는 것.
1년 내내 뛸 수 있는 체력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근육에 힘을 모을 수 있고,
유연성 있는 근육으로 다듬어야 하며 심폐 기능을 좋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렌스탐의 1일 1000회 팔굽혀펴기로 지구력과 근력 키워
LPGA 역사상 가장 위대한 플레이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2008년 14일 UAE 두바이의 에미리트 골프장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를 최종 라운드로,
17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 동안 72차례에 걸쳐서 우승한
이 골프 여제가 벌어들인 상금은 미국 LPGA와 LET에서 365억 966만 원이라고 한다.
그의 스윙 폼을 보면 ‘스윙 시 머리를 고정시켜라’고 하는 기본 룰과는
거리가 먼 스윙을 하지만 그의 공은 똑바로 멀리 잘도 날아간다.
골프란 종목은 참 재미있다. 여성 골퍼로서 완벽한 스윙을 한다는 박세리 선수와
비교할 때 스윙의 폼으로만 놓고 보면 엉성해 보이는 듯한 소렌스탐이
실제로는 더 많이 우승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미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몇 년 전 그녀의 몸매가
10년 전의 몸매와 달라진 것을 누구나 봐도 알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의 몸매로 바뀐 것이다.
소렌스탐을 인터뷰한 한 잡지에서 하루에 치는 공 숫자보다도 많은
1000번의 팔굽혀펴기와 매일 5킬로미터를 조깅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녀의 근육은 1년 간 지치지 않고 투어를 다닐 수 있는 지구력과 근력을 가졌는데,
그 비결은 바로 팔굽혀펴기와 달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평을 듣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소렌스탐은 바로 체력운동이라는 철저한 자기 관리에 있다.
그녀는 팔굽혀펴기와 러닝이라는 골프 피트니스를 바탕으로
세계골프대회를 군림해 온 최초의 여제이다.
즉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스윙으로 장타를 칠 수 있는
현대 골프의 초석이 된 것이다.
또 그녀에 관한 다른 일화를 보자.
2004년도 국내의 한 골프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소렌스탐이 제주의 한 호텔에 머물렀다.
그때 호텔 내 피트니스 센터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20년 동안 보디빌딩을 해왔지만 소렌스탐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본 순간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그 호텔에는 출전선수 대부분이 묵었는데, 대회기간 중
헬스클럽을 찾은 선수는 소렌스탐이 유일했다.
외국선수 3명이 잠깐 한 차례씩 들러 몸을 풀고 가기는 했지만
대회기간 내내 하루 1시간 이상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선수는 소렌스탐뿐이었다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소렌스탐은 호텔의 헬스클럽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다음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독특한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특징은 전통적인 근육 강화를 위한 웨이트에 무게중심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캐디와 함께 나타난 소렌스탐은 두 개의 작은 에어백을 들고 왔는데,
호텔에 있는 에어백까지 3개를 이용해서 골프 실전에 필요한
무게중심을 강화하는 웨이트 훈련을 시작했다.
그녀의 인상적인 모든 훈련과정을 간략하게만 스케치했다면
팔굽혀펴기의 경우 60㎝ 높이의 의자 위에 작은 에어백 2개를 놓고
그 위에 양쪽 발끝을 놓고 양손은 큰 에어백을 짚고 실시한다.
전문 보디빌더도 흉내내기 어려운 동작이다.
클럽 내 몇몇 전문가가 따라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또 누운 채 양손으로 번갈아 덤벨을 들어올릴 때도 등에는
큰 에어백을 대고 양발은 작은 에어백 위에 올려놓은 채 실시한다.
운동기구를 잡을 때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강하게 쥐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악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수십 가지의 동작을 실시했는데 기계적일 정도로 능숙했다.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최소한 3년은 전문 보디빌딩 트레이닝을 받지 않고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또 전문 보디빌더처럼
고기와 야채 등 전문 보디푸드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렌스탐의 체격 자체도 보디빌더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군살이 없는 근육질이었다.
이러한 아니카 소렌스탐의 자기관리는 PGA 투어의 타이거 우즈와도
흡사한 면이 아주 많으며 두 선수 모두 각각의 투어에서 장기 집권한 케이스이다.
이 두 선수가 골프에 본격적인 체력운동 프로그램을 도입하는데
촉매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타이거 우즈의 체력 강화 “근육량만 14㎏ 키웠다”
타이거 우즈는 피트니스 트레이너 키츠 클리븐은 우즈의 운동 프로그램은
40분 정도의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코어 엑서사이즈,
그리고 11킬로미터의 가벼운 달리기와 5킬로미터의 빠른 달리기가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이루어진다고 한다.
타이거 우즈는 1996년 스탠포드 대학교 재학시절에 약 14킬로그램 정도의
근육량을 늘렸으며, 이는 다른 어떤 운동선수의 근육량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나의 연습 과정에는 근육을 뻗어줌으로써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중간에 라운드가 지연되면 근육을 뻗어줌으로써
이들 부위가 굳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목표는 라운드 내내 동작을 매끄럽게
유지해가는 것이다. 나는 연습을 하는 동안 모든 근육을 강화하긴 하지만
특히 스윙에 연료를 공급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 큰 근육, 즉 넓적다리 근육,
허리 상부 근육, 가슴 근육 등의 근육을 강화한다.” 우즈의 말이다.
한때 그의 막강한 경쟁자였던 필 미켈슨은 시즌 전반에는 좋은 경기력으로
우즈를 견제한 좋은 라이벌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시즌 후반에 가면 번번이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에 체력 보강을 위한 몸 만들기에 전념하는 그가
모든 원인이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즈는 근력운동에만 주력하지 않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함으로써
어떠한 경기에서도 자신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우즈를 볼 때마다 매번 내가 느끼는 것은 운동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이치가 ‘IN OUT의 법칙’이 확실히 지배한다는 점이다.
즉 투입한 양만큼 산출된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얼마 전 독일의 과학자들이 연구한 ‘1만 시간의 법칙’도 이와 상통하는데,
세계적 베스트셀러 <티핑포인트>의 작가 말콤 글레드웰은 최근 저서에서
이 법칙에 대해 설명하였다.
1990년대 초 앤더슨 에릭슨이란 심리학자는 독일 베를린의 한 명문 음악학교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을 놓고 재능과 노력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는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뛰어난 연주가로 대성할 만한 최우수 그룹, 다음은 그저 괜찮은 수준,
마지막은 직업적 음악가가 될 수 없는, 처지는 학생들로 이루어졌다.
통상 음악은 어느 곳보다 타고난 재능이 중요한 분야로 통한다.
그러나 파헤쳐보니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세 그룹 모두 5세쯤부터 바이올린을 시작, 몇 년간은 같은 시간을 연습했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벌어져 12세, 14세로 올라갈수록 그룹별 연습량이 크게 달랐다.
결국 최우수 그룹은 20세가 될 때까지 총 1만 시간, 보통 학생들은 8천 시간,
마지막 그룹은 4천 시간 정도 연습한 걸로 드러났다.
천부적 재능으로 판가름할 것 같은 음악계도 결국은 노력으로 좌우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이다.
타이거 우즈가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그가 단지 골프를 잘 쳐서가 아니라
‘1만 시간의 법칙’을 신체의 메커니즘을 통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우즈가 다음의 말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스스로 몸을 가꿀 것을 제안한다.
“지금은 아무런 부상이 두려움 없이 무성한 러프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얻은 자신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뛰어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골프는 집중력이 매우 필요하다. 자신의 게임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면
체력을 강화하여 튼튼한 몸을 가꾸어야 한다.
나의 경우 체력 단련을 위해 노력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며,
이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효과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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