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으로 스윙하라는 것
알 가이버거가 토나멘트 참가하여 연습하던 중,
친구가 다가와 이런저런 담소를 하게 되었다.
알은 친구가 자리를 뜨자,
시합에 대비한 퍼팅감을 잡으려고 진지한 자세로 연습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조금 전 친구와 담소를 하면서 설렁설렁 퍼팅을 할 때보다
퍼팅이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알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일이었다.
신중하게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고 퍼팅을 함으로써 퍼팅 수행력이 높아져야 하는데,
좀 성의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톡톡 칠 때만큼 볼이 홀에 들어가는 빈도가 낮은 것이었다.
그후 알은 이런 현상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고,
실제 실행도 해보았지만 그때의 경험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확인하엿다.
(이너 게임 오브 골프에서)
그 후 알 가이버거는 퍼팅은 인체의 감각이 중요하다는 일반적인 결론에 도달하였지만,
인체의 감각이 어떻게 작용해서 퍼팅을 잘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 우선 분명한 사실은 퍼팅동작과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동시에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운전하면서 동시에 전화걸기도 마찬가지의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이외에도 걸으면서 담배피기, 밥먹으면서 TV보기 등
인간은 동시에 두 개 이상의 동작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은 한정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의 전제 조건은,
초보 골퍼가 옆사람과 말을 하면서 퍼팅을 잘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두 개의 동시 수행동작이 숙달된 동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의 사례를 통하여 생각해 볼 사항은,
■ 첫째, 퍼팅동작이 숙달되었다면, 다른 동작을 수행하면서도
퍼팅의 수행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스포츠심리학에서는
"인간 행위의 프로그램화"란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의 모든 동작은 뇌 속에 프로그램이 되어 있어
필요한 때와 장소에 이르면 특별히 주의를 하지 않아도
그 프로그램이 작동하여 필요한 동작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 동작 프로그램은 많은 반복 연습과 실행을 통하여 아주 견고하게 되어 있음으로써,
다른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프로그램이 방해받지 않고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알의 경우, 퍼팅하기는 물론 말하기는 매우 숙달된 동작이므로
동시에 진행되어도 간섭 없이 두 개의 동작 모두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 둘째, 오히려 퍼팅이 더 잘되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조그만 뇌 속에는 수억개의 프로그램이 저장되어 있고,
프로그램들이 서로 연관을 가지고 엉켜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끼리 상호 간섭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잇다.
퍼팅하기 프로그램과 연결되는 프로그램은 무수하게 많을 수 잇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동작이 결정되어 실행되기 전까지는 뇌 속에서 진행된다.
동작과 관련되는 프로그램은, 퍼팅 그립 잡기, 거리조절하기,
다운슬로프에서의 퍼팅세기 조정, 전 홀에서 3퍼트의 쓰라린 기억,
내기골프에서의 긴장감 등이 있어서,
퍼팅을 하기도 전에 이미 수십여 가지의 프로그램들이
몰려들어 서로의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자리다툼을 심리학적으로 "간섭"이라고 한다.
간섭은 쉽게 얘기하면, 밥먹으면서 말하는 것처럼
두 개이상의 동작이나 생각이 동시에 이루어져서 각각의 동작을 방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므로 퍼팅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간섭을 받지 않으면
항상 일관성있는 동작이 연출되고 그만큼 퍼팅 수행력이 좋아질 것이다.
알 가이버거의 사례를 다시 돌아가 그 장면을 상상해 보면,
알은 친구와 얘기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퍼팅을 하였을 것이다.
여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의 의미는,
이미 말을 하면서 상당부분 뇌속의 말하기 프로그램이 작동되어
퍼팅에 할애할 수 있는 뇌공간이 적어졌다는 사실이다.
즉 이는 알의 뇌속에서 차지하는 퍼팅에 대한 프로그램이 최소화되었다는 의미인 것이다.
알은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침구에게 물어 볼 것도 생각해야 하고,
대답도 궁리해야하는 등, 시야에 잡힌 퍼팅라인과 홀 이외의
퍼팅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알 가이버거 사례가 골퍼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결국 퍼팅을 잘하려면 아무 생각없이 퍼팅을 하는 것이다.
오로지 퍼팅라인과 홀만을 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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