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개인역사를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고민해 온 주제가 있다.
그건 나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많은 골퍼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할 것같다.
그렇다면 한 번 써보자.
함께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팩이 먼저냐 폼(스윙)이 먼저냐란 좀 생뚱맞은 이야기다.
이상적(ideal)인 조합을 말하자면
좋은 폼에 좋은 임팩이다.
격언을 빌자면
'건전한 스윙에 건전한 임팩이 깃든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실이다.
스윙이 좋지 않으면 임팩의 발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남자골퍼들.
이미 유연성을 잃어버린 나이에 배우기 시작한 골프.
허리가 활처럼 돌아가는 피니시를 요구하는 건 잔인한 일이다.
불혹에 배우기 시작한 주말골퍼가 스티브 엘킹튼의 스윙을 소유할 수는 없다.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면 그대에게 골프란 무엇인가라는
허접스런 질문부터 해야 한다.
그대에게 골프란 무엇인가?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그대'들에게 골프란
취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취미의 내적 심도가 개인마다 다르고
열정또한 천차만별이겠지만
필드의 스윙을 통해 밥을 먹는 처지가 아닌 한
'취미'라고 일반화 시킬 수밖에 없다.
취미로 필드를 찾는 사람들에게
스윙의 중요성은 어쩌면 불필요한 어드바이스인지도 모른다.
"스윙 몰라요. 공을 맞추는 게 더 중요하죠."
"난 스윙 제대로 하면 오히려 공이 안맞아요."
"이 나이에 선수로 나갈 것도 아닌데 스윙은 무슨..."
"공만 제대로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감?"
위에 적은 모든 멘트는 그러므로 타당하다.
스윙과 임팩의 정의는 결국,
스윙이란 임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스윙없는 임팩은 존재할 수 있어도
임팩없는 스윙은 존재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임팩이 스윙보다 '상위가치'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하고 지나칠 수 있는 주제가 아닌 것 같다.
스윙은 임팩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어느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스윙이라고...
반론을 제기하자면 이렇다.
스윙이 없으면 임팩도 없다.
여기서 임팩이란 말 그대로 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볼스트라이킹의 경지에서 바라보는 임팩이다.
그렇다면 틀렸다고 단언할 수 없다.
스윙이 존재하지 않으면 임팩도 존재하지 않는다.
취미로 시작한 골프지만 남들이 이야기하는 '손맛'은 보아야한다.
그게 오르가즘 이상이라는데...
그건 임팩만 가지고는 오르기 힘든 봉우리다.
스윙없는 임팩의 손맛은
단순한 '삽입-사정'의 processing이다.
하지만 좋은 스윙으로 비롯되는 임팩의 손맛은
'전희-감정이입-삽입-오르가즘-후희'의 완전한 사이클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필드에서 공을 치면서
한 샷, 한 샷 마주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 주제인가?
허둥대거나 미스샷하거나 혹은 100을 넘기는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거리'일 것이다.
100을 깨고 민망하지 않게 라운드하는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잘 친다는 소리 듣지 못하는 주말골퍼의 근본적 이유는
그들이 '거리'만을 추구하는 임팩을 생각하는 까닭이다.
싱글핸디캡에 진입하지 못하는 주말골퍼들의 근본적 이유는
그들이 '방향'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거리만을 생각하는 임팩의 스윙은 거칠고 난폭하며
방향에 집착하는 임팩의 스윙은 종종 피니쉬란 마침표가 생략된다.
그리하여 홀이 거듭될수록 임팩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방향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이 글은 일반론이고
수많은 예외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잘 치는 골프의 시작과 끝은
결국 좋은 스윙-좋은 임팩으로 귀착된다.
먼 거리, 좁은 페어웨이를 마주하고
거리와 방향을 잊고 스윙을 생각할 수 있다면
고수라고 생각한다.
좁은 그린, 미묘한 거리에서
거리와 방향을 잊고 스윙을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싱글핸디캡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스윙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어쩌면 그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스윙으로 가려는 노력은 불가능이 아니다.
유연성이 떨어지고 허리가 활처럼 휘는 스윙은 할 수 없겠지만
스윙의 기본을 잃지 않는 흉하지 않은 스윙으로의 노력은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거리나 방향만을 위한 임팩은 그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물론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임팩을 추구하는 일이지만
그 목적만을 위한 전진은 종종 허무한 결과로 나타난다.
거리와 방향은 스윙을 추구할 때 가장 극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거리와 방향만을 추구하는 길은 우회도로였다고 기억한다.
좋은 스윙을 통해 추구하는 임팩이
거리나 방향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음을
기억은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말할 것이다.
"그거 나도 알고있다. 하지만 필드라는 현실은 교과서와 다르더라..."
결국 본인이 스스로 경험해 보지 못하면
글로 쓰는 간접경험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 생각하고
거리, 방향 모두 잊고 스윙을 생각하면
새로운 손맛을 경험할 수 있다.
군대에서 배운 경계원칙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어둠속에서 목표물을 오래 응시하면 목표물을 볼 수 없다.
눈의 촛점을 목표물의 주위에 맞추면 목표물이 보인다.
거리와 방향이라는 목표를 보려면
그 주위에 존재하는 스윙을 보는 게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