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모 아마추어 골프대회에 초청받은 캐나다 출신 장타자
리엄 머클로(26·Liam Mucklow)의 시범에 관한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477야드를 날린다는 머클로는, 장타의 비결은
유연성과 강한 근력의 조화를 꼽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눈에 팍 들어왔습니다.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스트레칭 훈련을 하는 것만으로도 거리가 늘어난다”
몸이 굳어서 근육을 제대로 사용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거리가 10 야드만 늘어난다면, 망설임 끝에 결국 몇 십만 원의 투자도
감행하곤 하는 아마추어 골퍼들, 거리 늘어난다는 말이 눈에, 귀에 팍 튕기지 않습니까?
요즘은 필드에서는 첫 홀을 시작하기 전에 캐디가 앞장서서 스트레칭을 시키기도 하지요.
그만큼 준비로서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트레칭에 관한 한 아주 각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스트레칭 예찬론자인 셈이지요. 오늘은 그 이야기~
2002년 봄,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다가 연습장에서 스윙을 하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허벅지가 당겨지고, 종아리에도 찌릿한 느낌이 오기에,
시중에 유명한 W병원과 N병원을 번갈아 찾았더니 .....
가슴 철렁하게도 ‘디스크’라는 겁니다.
오 마이 가또~~~ 아직 살아갈 날이 깨알같이 남았거늘 몬...디스크?
으메메 ..... ‘요추 디스크 수핵 탈출증’이라는 어려운 본명을 가진 병이라네요!
N정형외과 모 부원장과의 상담 결과, 반 정도 진행된 디스크다,
큰 걱정 말아라, 며칠 만에 정상활동할 수 있는 수술요법이 있어
간단하게 수술하면 된다 .... 편안하게 날 잡아라 .....
아무튼, 골프는 더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부실한 허리환자라는 낙담이 엉켜있는 가운데, 골프스카이에 글을 쓰셨던
서경묵님(의학박사. 당시 중대의대 부속 필동병원 재활의학과,
지금은 작년 12월에 새로 개원한 흑석동의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이 떠올랐습니다.
골스의 지인을 통해 확인하고는, 크로스체크 하는 차원에서
외래환자로 접수하고 진찰실로 찾아 갔습니다.
서경묵님의 처방은 간결했습니다.
“MRI 촬영한 것을 보니 꽤 진행된 디스크다.
수술은 통증이 더 심해진 다음에 해도 늦은 건 아니다.
수술하기 전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 그리고 바른 자세 잡기
등등을 열심히 해봐라, 돈도 안 든다”
그러면서 건네준 것이, 예닐곱 가지 정도의 스트레칭 요령이 프린트된
한쪽짜리 설명서와, 서경묵님이 쓴 글을 모은 소책자 하나.
근력운동은, 이미 그전부터 헬스클럽을 다니고 있었으므로
헬스클럽에 가는 걸 조금 더 성실하게 했지요.
바른 자세는, 허리뼈의 원래의 모양대로 아랫배가 좀 나오게
배를 조금 밀어내고 턱을 좀 당기면서 어깨도 뒤쪽으로 활짝 펴는 겁니다.
막상 해보면 몸이 바로 잡힌다는 느낌이 듭니다.
포인트는 스트레칭. 잠들기 전뿐 아니라 수시로 했습니다.
제가 집중적으로 했던 스트레칭의 하나는,
평소 일하다가 의자에 앉은 채로 하는 스트레칭.
두 손으로 양쪽의 팔걸이를 잡고 온몸의 힘을 뺀 다음,
팔의 힘만으로 양어깨를 위로 밀어 올리는 자세.
이렇게 하면 어깨에 몸통과 엉덩이가 매달린 듯 하체가
아래로 쭈욱~ 떨어지고, 척추가 아래위로 늘어지면서 허리가 시원해집니다.
평소에 상체에 눌려 있던 척추뼈를 늘려주는 겁니다.
눌려서 삐져나온 디스크가 편안하도록 뼈마디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이 스트레칭은 운전하다가도 할 수 있습니다.
왼손은 앞문의 안쪽 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은 조수석과의 가운데에 있는
콘솔박스를 짚고, 같은 방식으로 몸통을 들어 올리면 비슷한 스트레칭이 되지요.
허리가 시원해지면서 졸음도 싹 달아납니다. 일석이조!
저로서는 차에서 꽤나 자주한 편이었는데,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이년 뒤엔 밖으로 밀려나간 앞문을 수리를 할 정도였습니다.
크크크 별스러운 고장입죠~
아무튼, 수술일정은 잠시 접고 이런 과정을 반족했습니다.
그런데, 두어달 지나면서 뭔가 허리가 많이 가벼워진 느낌.
연습장에서 스윙연습 집중적으로 해도 아픈 게 없어져 버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디스크 환자가 전혀 아닙니다. 골프는 물론 등산도 잘 다니고,
그래서 [왕초일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게지요~
참 재미있고 행복한 결과입니다.
서경묵님 입장에서 보면, 번거로운 치다꺼리 없이 단 한 번의
상담만으로 디스크를 치료한 최우량 환자이자, 고작 몇 천 원의 진찰비 이외엔
재정적으로는 아무런 기여도 없는 무수익 환자기도 합니다. 후훗~
제 입장에서 보면 서경묵님은 고생바가지가 될 뻔했던 병을
몇 마디의 처방으로 치료해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저만의 경험이긴 해도, 이 경우알면 정말 대단한 스트레칭 아닙니까?
지금도 저는 수시로 스트레칭을 합니다.
기분전환에도 좋고, 잠들기 전에 컨디션 조절도 되고,
골프에선 거리 늘리기도 된다고 하고~
각설하고, 작아서 무시하기도 하고, 크다고 미리 겁먹기도 하는 게
우리네 범상한 인생입니다. 흔하다는 이유로 귀한 것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단지 드물다고 큰 값을 치루는 어리석음을 잘난 척하기도 합니다.
별스러운 게 없어서 적절한 대우도 받지 못하지만,
알고 보면 참 대단히 훌륭한 건강과 골프의 친구 “스트레칭”
이제 봄도 눈앞에 다가왔는데, 스트레칭 사랑을 돋우셔서
몸도 풀고 마음도 풀어서 즐거운 필드샷을 한번 기해보심이 어떨는지요~
연습장 가면 스윙 시작하기 전에, 필드에선 스타트 하우스 앞에서,
잠자기 전에, 일어나서, 찌뿌둥~하면 언제나 스트레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