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매우 잘 치는 싱글골퍼 세 명과 라운드 한 적이 있다.
매서운 바람과 형편없는 그린, 겨울 동안 혹사당한 거친 페어웨이에서 그들은 고수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셋 모두 구력이나 실력,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핸디를 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난 골퍼들이다. 요즘은 진정한 싱글골퍼를 만나기 어렵다. 온갖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 허접한 잡것들만 강호를 어지럽히는 난세이기 때문이다.
싱글을 자처하는 잡것들은 언제나 실력보다는 말, 말보다 핑계가 앞선다.
허접한 실력으로 하수들을 괴롭히거나 동반자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것도 잡것들의 전유물이다. 셋은 모두 필자의 친한 후배로 핸디 5, 핸디 7, 핸디 9를 가졌다. 모든 골퍼는 세 개의 핸디를 가진다고 한다. 자랑하기 위한 핸디, 내기를 위한 핸디, 그리고 진짜 핸디다. 그들 모두 진짜 핸디를 가진 싱글골퍼로 실력이나 내공에서도 높은 경지에 올라 있다.
진정한 고수는 산처럼 무겁고 고요하며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라운드 중 불필요한 레슨은 절대 하지 않으며 연습장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다. 어느 분야든 경지에 오른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결국 최고의 경지란 겸손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한 사람들이고 승부란 흐르는 물과도 같은 것임을 깨달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싱글골퍼는 약 0.4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희귀한 존재인 싱글 골퍼가 되려면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 모든 종은 “습관들의 묶음으로 이뤄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습관은 습성이 되고 습성은 결국 인성으로 굳어지는 것이 모든 피조물의 공통점이다. 좋은 연습 습관, 좋은 마인드, 좋은 스승과 좋은 동반자를 가진 골퍼는 고수가 되고 나쁜 습관을 반복하는 골퍼는 결국 그저 그런 골퍼로 생을 마감한다.
아래는 필자가 생각하는 세 종류의 싱글골퍼가 가진 장단점이다.
이 정도의 경지에 오른 골퍼라면 스윙이나 샷의 품질에서 부족한 것은 거의 없다. 결국 더 깊은 경지로 가기 위해선 멘탈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거친 자연환경에의 적응, 고통스러운 압박을 견디는 강한 정신력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훈련과 경험을 통해 얻어진 학습의 결과로 평범한 인간은 결코 경험이란 범주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싱글.
경력 10년에 핸디캡 9, 최소타는 73. 전체적인 스킬은 뛰어난데 공격본능이 너무 강해
핸디캡 9 정도에 머무르는 안타까운 상태다. 70대 초반에서 80대 중반까지 매 라운드 변수가 많은데 공격본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무너져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 보기를 감수하는 인내와 끈기, 감정을 제어하는 기술을 익히면 쉽게 70대 초반을 치는 로 싱글 골퍼가 될 것이다.
핸디캡 9 정도에서 가장 많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의 골프보다 남들이
기대하는 골프를 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골프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운동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다. 일반적인 싱글 골퍼가 무너지는 수순은 라운드 초반에 나오는 나쁜 스윙보다 잘못된 결정 때문에 쉽게 스코어를 까먹는다. 이런 나쁜 수순이 반복되면 나머지 홀에서도 좋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고 좋지 않은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게 된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100점짜리 샷과 50점짜리 샷의 조합보다는
70점짜리 샷을 꾸준하게 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더 믿어야 하며 파 5에서 버디를 찾아 올인 하지 말아야 한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좋은 퍼팅실력을 가졌음에도 스스로 퍼팅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의심이다. 퍼팅은 마음의 게임이고 퍼트 시 가장 중요한 영역은 처음 볼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2~3센티뿐이다.
라인을 정확하게 읽었다면 바로 앞의 3센티까지만 제대로 굴러가게 하면 된다.
헤드업의 욕망도 거기까지 견디면 충분하다. 모든 고수들의 스윙 특징은 테이크 백이 부드럽고 유연하다. 테이크 백의 속도는 거리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음으로 전광석화 같이 빠를 필요는 없다. 다운스윙에서도 클럽은 부드럽게 움직여 임팩트 전에서 완전한 속도가 붙도록 하면 좋다. 핸디 9와 핸디 7의 차이는 스윙이나 샷의 품질보다 코스매니지먼트와 클럽의 선택의 판단력이 가름한다.
홍 싱글,
구력 11년에 핸디캡 7, 최소타는 이븐. 환상적인 드라이버와 칼 같은 아이언을
가졌지만 100야드 미만에서의 처리가 부족해 핸디캡 7에서 머무는 상태다. 골프가 가장 맞추기 어려운 퍼즐이라면 고수와 하수를 동시에 괴롭히며 마지막 남는 두 조각은 숏 게임과 퍼팅의 능력이다. 지금 가진 핸디 7에서 롱 게임은 부족함이 적지만 결국 숏 게임의 능력을 향상시켜야 더 깊은 경지에 오를 수 있고 언젠가 언더파를 칠 수 있다.
지나친 경쟁심을 버리고 기다림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지나친 승부욕은 멘탈에 영향을 줘 때론 자신의 능력까지 갉아 먹는다.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며 경쟁심을 안으로 갈무리할 때 분명 한 치수 진보할 것이다. 골프에서 기다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자신을 믿고 기다리면 그분이 오고 그분이 오지 않으면 상대에게 있던 그분이 갈수도 있다.
골프에서 힘이란 단어는 모든 재난의 근거가 된다. 이미 충분한 장타자인데
의도적으로 거리를 늘리려 하면 스윙의 균형이 깨져 방향성을 잃게 된다. 페이드와 드로우, 낮은 탄도의 샷과 높은 탄도, 중 탄도 등의 다양한 샷의 기술을 익혀야 할 시점이다. 자신이 가진 힘의 80퍼센트로 쳤을 때 나오는 거리가 자신의 비거리란 것을 인지하면 빠른 시간 안에 언더파를 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반에 무너져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란 배추를 셀 때 밖에 없으니까.
59년 마오쩌뚱은 종교는 아편이라며 티베트를 무력 침공했다.
당시 80세가 넘은 노스님은 히말라야를 걸어서 넘어 네팔로 피난을 떠났다. 필자도 티베트를 통해 육로로 네팔에 간 경험이 있는데 차로 가도 굉장히 험난한 길이다. 당시 걸어서 히말라야를 넘어간 80세의 스님에게 외국의 많은 기자들이 어떻게 히말라야를 넘었냐고 묻자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한 걸음 한걸음 걸어서요.”
홍 싱글도 이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언더파를 치는 길에 들어서야 한다.
서둘거나 조급할 필요도 없다. 조금 늦게 언더파를 치더라도 스킬이 더 강화된 상태로 언더파의 대열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조 싱글,
구력 13년에 핸디캡 5, 최소타는 70타, 컨디션이 좋으면 가끔 언더파를 치는
완벽한 싱글골퍼다. 로 싱글골퍼의 공통적인 특징대로 장타를 가졌고 숏 게임을 풀어 가는 능력도 탁월하다. 일반적인 싱글과 최고 수준 골퍼의 차이점은 헤드와 공이 만나는 접촉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가 핸디캡 5의 경지에 오른 것은 접촉의 질이 매우 좋다는 의미다. 스윙의 형태보다는 샷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가 꾸준하게 언더파를 치고 65타를 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연습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이나 연습의 개념이 아닌 무의식 중에 하는 호흡과도 같은 것, 식사할 때 수저를 드는 것처럼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버디를 찾아다니면 안 된다. 버디는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찾아다니기 시작하면 보기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최선을 고를 수가 없다. 최선이 나를 고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수는 겁이 없고 고수는 핑계가 없다”는 승부의 진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
골프하다 벼락에 맟기 전에는 어떤 핑계도 대지 말아야 한다. 설령 벼락에 맞았을지라도 벼락을 화두로 스코어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 타이거 우즈는 2시간을 집중할 수 있지만 일반 골퍼들은 5분에 한 번씩 집중력이 깨진다고 한다. “순간의 몰입“으로 집중력을 배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투어프로 수준의 기술 샷이나 현명한 코스 매니지먼트, 멘탈만 보강하면 깊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오랜 세월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스윙이든 똑 같을 수 없지만
좋은 스윙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들은 공통적이란 것이다. 언급한 세 명의 싱글골퍼도 한결 같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기본적인 장타를 치는 파워 스윙과 헤드와 볼이 만나는 접촉의 질이 좋다는 것이다. 중압감을 받을 때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친숙한 샷을 가지고 있고 일주일에 4회 이상 연습하고 2회 정도는 필드에 나간다는 것도 비슷하다. 골프에 대한 사랑과 열정, 골프를 위한 좋은 환경을 가진 것도 비슷하다. 그리고 강자가 되었기에 고독하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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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파미르 고원을 넘어 파키스탄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만난 중년의 파키스탄 사람에게 코란의 한 구절을 들을 수 있었지요. 그는 코란을 말하기 전에 먼저 “파키스탄에 머물 때 절대 파키스탄 사람들을 믿지 말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속이는 거라면서. 수많은 등반대의 목숨을 앗아간 낭가파르바트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그는 코란의 한 구절을 침통한 얼굴로 들려 줬습니다.
“너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무작정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낭가 파르바트 - 산의 왕이란 별칭을 가짐.
골프가 종교라면 연습을 하지 않고 무작정 잘 치려고 하는 마음이 가장
큰 죄가 될 겁니다. 두 번째는 스코어에 초연한 척, 즐기는 척 하면서 캐디가 엉터리로 적어준 스코어 카드를 가지고 즐거워 하는 것이죠. 매너가 좋은 척 행동하지만 무형 유형으로 동반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 동반자를 기만하고 심지어 자신까지 기만하는 위선도 죄악일 겁니다.
명성을 얻는데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어버리는 시간은 5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골프를 했지만 골프는 참 무서운 운동이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단 한 번의 라운드에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투영되기 때문이지요. 라운드 중에 어린아이처럼 응석을 부리고 개처럼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골퍼, 모든 것에서 불만을 찾는 골퍼는 현실의 삶에서도 그러할 겁니다. 그리고 골프에서 속인 사람은 현실에서도 반드시 속이는 사람이란 명언도 있지요.
산에도 들에도 봄이 왔고 골퍼들의 마음에도 봄은 왔습니다.
힘든 겨울을 보낸 철새들이 높은 비상을 준비하는 것처럼 글을 보는 분 모두의 골프도 높게 비상해 깊고 그윽한 경지에 오르길 기대해 봅니다. 깊은 경지에 오른 고수가 되어 골프에서 최고의 무기는 실력이 아닌 겸손이란 것을 보여주며 근본적으로 승부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임을 깨닫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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