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대회에 출전 중인.. 민희의 1라운드 성적은 3위네요.
국가대표 상비군 아이들이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랐는데
2위는 민희보다 한 타 잘 친 3언더고, 1위는 신들린 샷으로 7언더를 쳤습니다.
그래서, 2언더를 친 민희가
대회에서 처음으로 파이널 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치르게 되었어요.
챔피언조... 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15년 써온 무아지경보다 챔피언조아빠라는 닉네임이 더 멋져 보이는군요... 흐흐
어제 라운드를 마치자마자
봉계의 종점숯불구이에 가서 애들에게 고기 좀 먹였어요.
15년 만에 먹는 봉계 한우고기... 정말 맛있더군요. ㅋㅋ
돌아오는 길에 연습장에 들러 간단히 샷을 점검하고
빠리바게트에 들러 조그만 생크림케익도 하나 샀죠.
민희에게 대회 첫 언더파였으니 기념식을 해야니까요. ㅎㅎ
내일 어떤 마음으로 라운드 할건지..
두 명 모두 심사숙고한 후 저녁에 파티할 때 말하라고 당부했었는데,
녀석들은 케익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 한결같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대표 아이들이라고 기죽지 않고, 내 공을 칠께요.
다른 건 하나도 신경쓰지 않고, 내 샷에만 신경쓸래요.
호... 멋진데 ??
흐흐... 근데 그거 진심이냐 ? ㅎㅎ
모처럼 찾아온 좋은 공부 기회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죠.
꼰대답게 잔소리 좀 했습니다. ^^
내 공만 치겠다... ^^
당연하지 ! 남의 공을 치면 반칙이야. ㅋㅋ
물론 너희들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니야. 둘 다 정답이다.
하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얘기를 나눠야겠구나.
내 생각에는,
너희처럼 처음으로 챔피언조에서 치게 된 아이들이라면
강심장이건 새가슴이건 누구나 거의 다 비슷한 답을 내놓을거야.
내 공만 치겠다...동반자 의식 안하겠다...점수 신경 안쓰겠다... 라고 !
이렇게 비슷한 답을 내놓는 이유는 어쩌면
TV 중계에서 우승자들이 자주 얘기하는 소감,
<내 공만 치겠다고 했더니 좋은 결과가...>라는 인터뷰 덕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로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지 ?
< 내 공만 치겠다 > 는 자세로 경기하면 모두 다 우승하는건가 ?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다...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 내 공만 치겠다 > 는 결심으로 경기하는데 결과는 왜 다를까 ?
ㅎㅎ너희들은 그 비밀을 찾아내야 한다.
말은 쉽게들 하지만 사실,
동반자 의식 않겠다... 점수 신경쓰지 않는다... 라는 게 말처럼 그리 쉽나 ?
그리고,
설령 진짜로 점수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렇게만 하면 그건 언제나,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건가 ?
선두와 한타 차이로 2위 이면서 3위와는 5타 차이 일 때
마지막 18번 홀을 점수에 신경 안쓰고 차분하게 파플레이 하는 것에 대해
과연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 ? ㅎㅎ
점수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도 가져올 수 있는거야.
물론, 동반자에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작전도 마찬가지인거지.
그러니까 아저씨 얘기의 요점은
내 공만 치겠다는 마음으로 경기했기에 우승할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 내 공만 쳤기 때문에 우승을 놓칠 수도 있다 이거지.
이제 아저씨가 얘기해주고 싶은 내용으로 들어가볼까 ?
본론을 말하기 전에 먼저 짚어둘 게 있구나.
정상권의 선수들과 너희들 같은 주니어 선수들에게서
< 내 공을 친다 > 는 것의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
너희들은 기량을 쌓아가는 준비생이다.
완성된 기량을 오차 없이 구현하는게 목표인 정상권 프로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 뭔지 정확히 찾아내서 그걸 꼭꼭 채워야 하는 준비생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의 목표는
이미 가지고 있던 기량을 펼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나에게 부족한 게 뭔지 정확히 찾아내려는 노력... 또는
익히려고 노력 중인 스윙을 한번이라도 더 정확하게 실현하려는 것이어야 해.
바로 그걸 해야, 너희가 진정으로 < 내 공을 치는 것 >이 되는거야.
너희들이 조금 전에 < 내 공만 칠래요 > 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왜 실실 웃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니 ? ㅎㅎ
아저씨가 성격이 별나서 그런지 몰라도 ^^
아저씨가 듣기에는 너희들 대답이 진짜 < 내 공을 치겠다 > 가 아니라
<좋은 성적을 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내 공을 치겠다 >...였거든.
톡 까서 짚어내자면, 그 말은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 보다는 좋은 순위를 기록하고 싶다는 것이라서
동반자에게 신경 엄청 쓸래요...점수에 온통 집중할래요...와
사실은 같은 말인 것이고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자면 심지어는
새로 익히고 있는 동작은 최종 라운드 동안 잠시 잊겠다는 결심이기도 하니
결국...
< 내 공만 치겠다 > 는 말로
< 내 공을 치지 않겠다 > 는 속셈을 얘기하고 있는거잖아 ? ㅎㅎㅎ
그러니
너희들의 대답이 나에게는 개그로 들릴 수밖에... ㅋㅋㅋ
주니어골프는... 시냇물에 놓인 징검다리 같은거란다.
멋진 대회장으로 가려면 꼭 건너야하는 시냇물의 징검다리 말이다.
자... 어떻게 해야 이 징검다리를 잘 건널 수 있을까 ?
우선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물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음 발자욱에 디딜 돌덩이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
대체 이런 바위가 몇개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징검다리를 건널 때 바위돌 하나 하나마다 내내 짜증이 날 수밖에 없고
그 바위를 다 건넌 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와 반대로,
바위가 몇개나 되는지...그 뒤에 뭐가 있는지...를 모두 훤히 보고 있다면
각각의 바위돌은 건너가는 과정일 뿐 짜증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거든 !
이번 대회도 너희들에게는
으리으리한 대회장으로 가는 입구의 아주 멋진 징검다리 바위인거야.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대회장에 다가서게 되는,
내딛는 발자욱마다 대회준비를 마쳐가야 할... 아주 좋은 공부재료다 이거지.
이 라운드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마라.
너희들... 이 대회에서 2등으로 마친다고 가정하고
앞으로 10년 후에 이 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 내가 *** 대회 2등 했던 사람이야 >하고 싶니,
아니면, < 아 맞다. 기억나네... 나도 그 대회 나갔었어 > 하고 싶니 ?
ㅎㅎㅎ
이 대회에서 뭔가를 확실하게 배우고 지나가면,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후자의 추억을 가진 멋진 골퍼가 되어 있을테고
그러지 못하고 매번 닥치는 대회마다 순위에 집착해서 버둥거리면,
나중에는 전자의 알량한 자존심만 들추며 사는 초라한 모습이 되겠지.
물론 선택은 스스로의 몫이다. ㅎㅎ
둘째... 헛 디뎌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대회에서 예선탈락하면 세상이 뒤집어지냐 ?
쓰리퍼팅 나오면 신분이 노비로 강등되기라도 한다던 ? ㅎㅎ
각각의 징검다리는 기량을 쌓아가는 과정일 뿐이야.
발을 내딛는 것에 대해 결코 겁 먹어서는 안된다.
징검다리를 안전하고 폼나게 밟으며 지난다고 해서
다리를 건넌 후 치르는 진짜 대회에서 가산점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징검다리를 헛디뎌 시냇물에 빠지면 뭐 큰일이라도 날거 같아 ?
그렇지 않아 !
수심 100 미터 200 미터에 징검다리 놓는거 봤니 ?
그거... 아주 얕은 물이야.
헛디뎌 빠져봐야 발목 부근 좀 젖을 뿐야.
잠시 기분 조금 찜찜하면 그만이지, 그게 뭐 대수라고... ㅎㅎ
헛디뎌 빠질 때 큰 일이라도 난다 치면
대회마다 예선 떨어지고 돌아가는 애들은 다 익사해서 둥둥 떠다니겠네.
다리를 건넌 후의 진짜 승부에서 필요한 걸 단단히 챙기는데 주목해야지
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남들보나 몇년씩 늦게 시작했으면서
다리 건너가는 폼도 멋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과욕인거야.
다시 아저씨가 얘기하고 싶은거로 돌아가서...
너희는 이번 대회를 통해 가급적 많이 배우고 돌아가야한다.
아주 좋은 기회잖아.
샷에 대해.. 집중력에 대해.. 운영에 대해.. 더 잘치는 애들에 대해..
배우려고 덤벼들면 무지무지 많이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지.
성공하는 애와 실패하는 애를 가르는 몇 가지 기준 중에 이런게 있다.
실패하는 애는 한결같이
연습은 부실하게 하고 라운드는 무리하게 하지.
그리고 라운드가 끝나면 너무나 당연하게 바로 집으로 간다.
왜냐면... 빈약한 실력으로 진이 빠지도록 힘들게 라운드 했으니까. ㅎㅎ
한편, 성공하는 애는 한결같이
연습은 치열하게 독종같이 하고 라운드는 신중하게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
그리고 라운드가 끝나면 집이 아니라 연습장에 가려고 하지.
심지어는 샤워도 안하고 연습장에 가려 하기도 해.
왜냐면... 뭔가 배운 것을 당장 달려가 연습하고 싶으니까.
ㅎㅎ 너희는 지금까지 어땠었니 ?
이번 대회가 끝난 후
뭔가 배운게 많아서 어서 연습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너희들은 순위와 관계없이 이번 대회를 제대로 마친 것이고
대회가 끝난 후
순위가 좋다고 히히닥거리면서 또는 순위가 떨어졌다고해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면
너희는 대회를 엉망으로 마쳤을 뿐 아니라 너희의 미래도 함께 망치고 가는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배우고 와야한다. 하나라도 더 !
대표 아이들과 동반하는 챔피언조 라운드니 기회가 아주 좋다.
방송사 카메라도 몇대 따라 다닌다니 더더욱 좋은 경험이다.
이렇게 중압감이 있는 상황에서, 그걸 한껏 즐기면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지금 익히고 있던 동작을 한번이라도 더 해보고 나와라.
너희가 미처 몰랐던 어떤 면을 동반자가 보여주면
마음으로 깊이 고마워하면서 진심으로 굿샷을 외쳐주고 나와라.
너희들이 될까 안될까 자신할 수 없는 바로 그 샷을 하고 나오고
너희들의 골프에 뭐가 필요한지를 날카롭게 뽑아와라.
자... 그럼 이제 아저씨의 결론을 말해줄까 ?
사실은 너희들 답을 컨닝했단다. ㅎㅎ
너희들의 공을 치고 와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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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는 이번에 정말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마지막 라운드는 많이 쳤어요.
카메라 들이 댈 때마다 타핑도 내고 심지어 오비도 냈는데,
쪼로가 전국에 중계되겠네...망했다... 라는 마음에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나요. ㅎㅎㅎ
그 흔한... < 몸 풀리자 마지막 그늘집 > 이라는 상황도 겪었고
라운드를 통해.. 더 분명하게 느낀 것, 새로 깨달은 것들도 많았다네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내가 정상권에 거의 다 왔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ㅎㅎ
저는 4월말~5월초쯤 되면
녀석이 확실한 상급자 수준에 이를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본인 말로는 2주 후의 대회면 충분하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있습니다. ㅎㅎ
물론... 제가 틀리고 녀석이 맞았으면 좋긴 하겠어요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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