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건이란 상대가 미스샷이 났을때 벌타없이 다시 한 번 치게 해주는 것을 말하며 친선게임에서나 용인된다. 중요한 포인트는 첫홀에서만 허용되는 관례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홀에서나 기분 내키는 대로 멀리건을 주지만 실은 몸이 풀리지 않은 첫 홀에서만 멀리건을 허용하는게 외국의 관행이다.
오늘은 이 멀리건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나는 항상 퍼블릭 골프장과 인연이 되어왔다. 퍼블릭 골프장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오는지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들끼리의 '멀리건'은 진행과는 상관없이 그냥 기분 한턱일뿐이지만, 멀리건 하나가 캐디의 속을 타들어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객들은 시도때도 없이 '몰간'을 외쳐댄다. 대부분 골프장에선 진행에 구애를 많이 받기 때문에 '멀리건'은 캐디의 허용아래 상대에게 해주는것이 매너다. 그리고 오비를 쉴새없이 내는 손님이라 할지라도 매홀마다의 멀리건은 같은 플레이어나 캐디에게는 그다지 반길만한것이 못된다. 차라리 당당하게 벌타받고 다음샷을 준비하는것이 골프게임을 정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공 하나 더치는게 얼마나 시간을 잡아 먹을까 싶지만, 18홀동안 3~4번이상의 멀리건은 어드레스잡는 시간을 포함한 몇십분의 소요가 뒷팀의 진행에 문제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잦은 멀리건은 우리팀 자체의 진행에도 문제가 생겨 나중에는 앞팀을 따라잡기 위해 그린에서 제대로 된 퍼팅 한번 못해보고 다음홀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것이다. 나의 경우를 비춰보면 앞의 홀이 비워져 있건말건 뒷팀이 와서 지켜보건말건 때론, 자기가 직접 자신에게 멀리건을 주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다.
티샷할때 정확한 임팩트에서 오는 경쾌한 소리가 골프의 묘미라 한다면 그린에 공을 올린이후 홀컵에 '땡그렁'울리는 소리또한 빠질 수없는 묘미일터인데, 18홀중에 그런 울림을 못듣고 지나가는 홀이 있다면 비싼 돈주고,제값 톡톡히 못해보는 경우가 발생하는것이다. 생각해보라. 얼마나 아까운지...
돈의 문제이기이전에 게임이 끝난후 '오늘 좋은 게임을 했어.'라는 말이 나오기 힘들어질테니...상대에게 너무 잦은 '멀리건'은 나머지 세명의 게임결과를 good이나 nice가 아닌 notbad나 so so로 끝나고 만다. 게임 내내 good shot! nice on!이 아님 보다마나 그렇고 그런 게임으로 끝난단 얘기다.
알차고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선 골프장에선 시간엄수, 일단은 캐디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것을 기억해야 하고, 돈을 내고 치는 사람들은 고객들이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건 캐디임에는 분명하다.
이렇게 진행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캐디보다 오히려 더 진행에 열을 올리는 손님도 있다. 4명 중 한명이라도 이런 손님이 있다면 그날은 정말 캐디의 운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골프는 곧 매너게임이라는 생각에 그 매너좋은 손님 한명에 지지 않기 위해 나머지 세명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어쨌든 캐디의 말보단 동료의 말이 쉬이 잘 먹히는것은 사실이니까. 세명이 진상이어도 제대로 된 나머지 한명이 있다면 캐디들은 그나마 5시간동안 숨 쉴 구멍은 찾은 셈이다.
너무 잦은 멀리건은 골프 매너에 어긋난다는것을 명심하고 한명의 동의만 얻어서 치는 멀리건은 나머지 사람들의 인상을 구기게 할 수도 있다는것을 명심해야하겠다.
골프에서는 좋은 스코어를 획득하기 위해 게임에 열을 올리는 각자의 심리전이 오고 가지만, 사실 결과는 '누구 때문에'로 인해 더 좌지우지 되는지도 모르겠다.
캐디들은 안다. 어느 누구로 인해 이 게임이 좋은 게임이 될지 아님 그렇고 그런 게임이 될지...멀리건 하나가 마지막 퍼팅하는자의 여유를 가지고 간다는것을 안다면, 돈 안드는 잦은 멀리건이 후회스런 결과를 낳는것 또한 기억하길 바라며 첫 홀에서 미스샷 나면 당연 멀리건이라는 생각을 제발 쫌 깨어줬으면 좋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