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대한 중압감으로 멍해지는 등 불안해하는 증세
심리치료·훈련 병행하든가 아예 골프채를 놓고 쉬어야
"멀쩡하다가도 티잉 그라운드에만 올라가면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해요. 잘 쳐야 되겠다는 생각보다 빨리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게 돼요."(김경태)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드라이버는 쇠뭉치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공이 막 두 개로도 보였다가…."(김대섭)
드라이버 입스(yips·실수에 대한 중압감으로 인해 불안해 하는 증세)로 고생했던 국내 정상급 골퍼들의 체험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다.
1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심현화(22)도 이 입스라는 '몹쓸 병'을 이겨내고 정상에 올라 더 화제가 됐다. 그는 5년 전 한 대회에서 18홀을 도는 동안 무려 20개의 공을 잃어버리고 다른 선수의 공으로 라운드를 끝마친 적도 있을 정도로 고생했다.
입스는 어떻게 '발병'하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스포츠 심리학 전문가인 박미경 박사(MK심리연구소 소장)는 "잔뜩 긴장한 상태이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벌어진 한두 차례 실수가 아픈 기억(painful memory)으로 뇌리에 남으면서 입스에 걸리게 된다"고 했다. 비슷한 분위기나 상황이 오면 그 아픈 기억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이다. 심현화와 김경태는 비거리를 10야드만 늘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스윙을 교정하다가 입스에 걸렸다고 했다. 심현화는 "새 스윙에 자신이 없으니 옛 스윙과 뒤죽박죽이 되더라"고 했다. 김대섭은 우승 경쟁 중에 벌어진 샷 실수가 입스로 이어졌다.
서경묵 대한골프의학회장(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유타(Utah)대 의과대학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 골퍼들이 한두 차례씩 드라이버나 퍼터의 입스 경험을 갖는데 태도에 따라 쉽게 극복할 수도 있고, 아예 골프를 그만둘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의 골퍼가 입스에 잘 걸리고 극복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박미경 박사는 입스 극복에는 정공법과 우회법이 있다고 했다. 정공법은 입스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곧바로 심리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우회법은 아예 골프채를 놓고 쉬면서 '골프를 다시 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2년간 입스로 고생했던 심현화는 "1년간은 아예 골프를 치지 않았고, 그다음 1년간은 연습장에서 똑딱이 볼을 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입스와 싸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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