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골프가 과연 무엇일까요? 오늘은 제가 거느리던 이상한 골퍼들을 위주로 해서 그 괴상망칙한 정의부터 좀 밝혀 보겠습니다. 물론 저도 예의가 있는지라, 나중에 시간이 나면 정상적인 정의에 대해서도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하긴 멀쩡하고 정상적인 골프의 정의야, 말할 필요도 없기는 하겠지만....
먼저 우리의 대학 후배 되시는 쫭호의 이야기입니다. 차마 실명을 대지 못하오니, 양해를 바랍니다. 그냥, 가명으로 해두겠습니다. 즉, 쫭호라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내 정신 좀 봐라.. 쫭호가 실명일리 없지..) 쫭호는 아마 처음 등장하겠지만, 이 친구는 진짜 골프의 전설입니다. 골프를 시작한지 석달인가 만에 이글까지 하면서 백타를 깨게 되었습니다. 이때 우리의 쫭호님의 사자후가 지금도 수도권 일대의 골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골프 100타를 깨신 날, 이분은 한손에는 드라이버, 한손에는 퍼터를 쥐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보며 마지막 18번 홀에서 감격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골프라는 거....X도 아니다! 신발!"
그리고 우리는 모두 술집과 도서관(?)을 몰려다니며 쫭호의 백파를 축하하였습니다. 물론, 백파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삼천번이 넘게 강조해가면서 말입니다. (슬그머니 넘어가면 안되잖아요... 중간에 술을 그만 마실 수도 없고) 그 친구는 거의 3일간을 술독에 빠져서 살았습니다. 제수씨가 왜 이러느냐고 물을 때마다, 혀가 꼬부라진 쫭호는 한 마디만 대답했습니다.
"나, 98타 쳤다구, 그런 사람이야. 쓰파..."
물론 우리의 쫭호는 다음 시합에서 바로 119 긴급구조대의 숫자로 즉시 복귀합니다. 119타를 치신 거죠. 그런 후에 다시 하늘에다 대고 포효를 합니다.
"골프라는 거... X이다, 신발!"
그런 후에, 자기가 백파를 했다고 쐈던 그 술집에서 술값을 돌려줘야 한다고 우리에게 떼를 쓰기도 합니다. 백파하면 또 쏘겠다 이거죠. 그날 그날의 스코어에 따라서, 이 친구는 골프를 X으로 만들었다가, X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습니다. 오늘 라운드 나가신 분들, 골프는 무엇이었나요? X이었나요? X도 아니었나요? X에다가는 아무거나 대입을 하셔도 됩니다만, 너무 쌍스러운 말은 넣지 마세요. 물론 이 친구도 이제는 당당한 싱글로 자리를 잡았을 겁니다.
쫑우기는 참 좋은 친구입니다. 훤칠한 키에, 썬글라스만 끼면 연예인처럼 멋진 친구입니다. 아마 정확하게 스코어로 따지면 스코어가 저보다 딱 한두 개 모자랄 친구입니다. 놀기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쓰기도 잘 합니다. 오로지 단점이라면, 그저 눈이 좀 없습니다. 아니 없지는 않구요, 좀 작습니다. 30년을 보고 지냈는데, 아직도 눈동자의 색깔을 모릅니다. 한국인이니까, 아마도 흑갈색이라고 추정만 하면서 지냅니다. 나머지 부위와 전제적인 육질은 괜찮기 때문에, 얘는 썬글라스만 끼면 연예일 삘이 바로 나옵니다.
몇일전, 제가 전화를 때렸습니다.
야, 쫑우가, 내가 요새 소재가 딸려서 그러는데, 니 얘기 좀 우려먹어도 되냐?
된다.
그래? 고맙다, 욕은 안 쓰마.
좋다, 근데 모델료를 입금해라.
얌마, 모델료는 무신... 니가 광고료를 내야 한다.
좋다, 비긴 것으로 하자.
그래서 이제 부담없이 걔에 대한 글을 써도 됩니다.
언젠가 우리 견우회(뭐, 특별한 모임은 아니구요, 개나 소나 다 가입할 수 있다고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남들이 보면 견우 직녀 레벨 쯤 되는 줄 압니다만)에서 소개팅(역시 별 의미는 없이, 소나 개나 모이는 겁니다)을 하였을 때였습니다. 마술쟁이 이병용 프로의 예쁜 부인이 하는 곱창집에서, 실컷 때려먹고 어지간히 취했을 때였습니다. 이 눈 작은 친구가 갑자기 화장실을 댕겨오면서, 꽃다발을 한 아름 사왔습니다. 얘가 취하니까 낭만이 튀어나와버리네 하며 감동을 받았더랬습니다. 집에 가서, 횽미에게 이쁨을 받으려고 했는데... 술이 떡이 되어 들어갔으니, 아마 꽃다발로 얻어맞지 않았나 지금껏 궁금합니다. 아참, 횽미는 쫑우기의 부인인데, 아무리 그래도 친구의 부인 이름을 이렇게 막 불러도 되느냐!!! 됩니다. 걔는 저의 이쁜 대학 후배입니다. 쫑우기의 꼬임에 넘어가서....(그만 하겠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쫑우기는 골프를 밥벌이 수단이라고 부릅니다. 쫑우기의 누님되시는 분은, 마녀입니다. 누나동생이 짜고 치기 시작하면 제가 좋아하는 최경주도 무너질 겁니다. 놀랍게도 여자분이 남자가 치는 티에서 다이다이로 같이 칩니다. 빨강티에서 치면 재미가 없답니다. 언젠가는 대학 후배를 꼬드겨서 타당 천원짜리를 치며 무려 십만원을 따먹은 적도 있습니다. 이해가 안 가시죠? 그러나 같이 쳐보면 이해가 갑니다. 약빨이 떨어질 때쯤 되면 배판을 알아서 교대로 불러가며, 12타를 치면 12타로 적어야 합니다.(양파로 마무리, 이런 거 없습니다.) 이 남매도박단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사람은 헌정사상,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오직 입싱글이뿐이었습니다. 저는 합계 8천원 정도 밖에 안 잃었습니다. (잘났다...),
잘 생긴 입싱글, 저는 골프를 장난이라고 부릅니다. 그냥저냥 재미로만 칩니다. 얼마나 잘 쳤느냐 보다는 얼마나 즐겁게 웃으며 쳤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진짭니다. 스코어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나,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을 보면 우스워 죽겠습니다. 거리에는 좀 신경을 씁니다만, 저보다 더 날리는 사람을 보면, 그냥 속으로.... 미친 넘... 대충 쳐라... 라고 합니다. 버디 하겠다고 공에다가 침을 발라가면서 놓는 사람들을 보거나, 브레이크 좀 잘못 봤다고 캐디아가씨 혼내려는 사람들을 봐도 속으로 또 그럽니다. 미친 넘... 대충 치자.
그런 짓을 여자들이 하면 어떡하느냐구요? 거, 알아서 생각하세요. 국민골프칼럼니스트인 필자가 꼭 그걸 말로 해야 합니까? 정 필요하시면 말씀드리죠. 속으로... 미친....여성분, 대충 치십시오.라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
(저는 글 쓰면서, 꼭 필자가 어쩌구... 해보고 싶었습니다. 엉터리 작가이다보니, 그게 그리도 부러웠어요... 그니까 그냥 넘어가주세요, 못 읽은 척 하시고)
오늘은 여기까지 일단 쓰겠습니다. 뭐라구요? 재미가 없다구요? 그럼, 한 마디를 더 해드릴 게요. 실화입니다. 진짜 실화입니다. 진짜냐? 실명 까라 라고 자꾸 우기시면 실명을 깔 수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아닌데, 나름 꽤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과 골프가 시작되었습니다. 1번 홀에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 또 왜, 규칙을 정하잖아요. 근데, 이 분들은 규칙을 정하는 건 둘째고, 자기가 얼마나 잘 생겼는가 자랑부터 시작을 하는 겁니다.
"남자 잘 생긴 것도 죄야, 죄! 멀쩡한 여자들 홀리게만 만들고 말야, 우선 내가 그렇잖아?"
그 말을 받아서 어느 유명 방송인께서 한 마디를 하십니다.
"맞아, 사실 잘 생긴 것이 죄라면, 나는 아마 거의 교수형에 해당할 거야."
저도 질 생각은 없습니다.
"선배님이 교수형이시라면, 제 얼굴은 거의 능지처참이겠네요. 우린 또 차원이 다르잖아요."
옆에 계시던 노 교수께서 지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대꾸하십니다.
"니가 교수형이고, 니가 능지처참이라면, 나는 부관참시다. 죽어도 다시 꺼내놓고 처벌받아야 될 걸?"
차분하게 듣고 있던 캐디양이 마침내 한 마디로 평정을 해버립니다.
"유희중이라는 분들만 모여 계시는군요."
일동 : "그게 뭔 말이래요?"
"놀고들 계신다구요."
우리는 4명 전원이 첫 홀부터 OB를 내고 말았습니다. 저 못생긴 아가씨를 페어웨이 한 가운데 묻어버려? 납치를 해버렷? 중얼중얼 대면서요. (잘생긴 걸로 말하자면, 솔직히 저는 좀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언감생심입니다. 잘 생긴 것이 진짜 형사법 상의 죄라면, 두 분은 무죄구요, 한분은 훈계방면 정도로 그칠 분들입니다.)
앞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를 말하기 전에, 꼭 캐디 분의 미모부터 먼저 언급해야겠다는 크나큰 교훈을 얻었던 날이었습니다. 팬 여러분들, 명심하시길. 무조건 캐디는 송혜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