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볼 기업 M사의 임원인 천 이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미국 본사 CEO인 리처드가 한국 지사를 방문한 예정인데 천 이사가
리처드의 수행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리처드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골프라면 천 이사도 일가견이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 기본적으로 접대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천 이사는
적적한 접대는 비즈니스의 효과를 높인가도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가끔 한국 고객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고, 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드디어 리처드가 한국에 도착했고,
3일 동안 바쁜 일정을 마치 후 골프장에 함께 갈 시간을 얻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정이었지만
리처드는 골프를 하자는 제의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티오프 시간이 아침 9시라 6시에 리처드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픽업해 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장이 멀리 있나요?”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리 멀지는 않지만
서울은 워낙 교통 체증이 심해 조금 일찍 서둘렀습니다.”
리처드는 이해했다는 듯이 밝은 미소를 지었지만
골프를 치기 위해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아무래도 낯선 모양이었다.
라운드가 시작됐고, 리처드의 골프 실력은 핸디캡 13 정도로
나쁘지 않다고 들었는데 컨디션이 나빠서인지 계속 공이 잘 맞지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총 타수가 90타를 훌쩍 넘을 것 같아
천 이사는 비장의 ‘멀리건’ 카드를 내밀었다.
“시차 적응이 안 돼 몸이 풀리지 않은 것 같은데, 멀리건 하나 드리겠습니다.”
리처드는 극구 사양했지만
천 이사와 다른 두 임원은 집요하게 멀리건을 쓰라고 권했고,
리처는 마지못해 샷을 한 번 더 했다.
그런데 멀리건을 준 보람도 없이 샷은 첫 번째보다 좋지 못했다.
그 후 2번 정도 더 멀리건을 주었지만 결국 그날 리처드는 93타로 경기를 끌냈다.
“허허, 오늘따라 영 게임이 풀리지 않네요.”
리처드가 말을 이렇게 했지만 임원들은 불안했다.
괜히 골프를 치자고 해 리처드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 같아서다.
“골프장에서 조금만 더 가면 아주 유명한 음식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시죠?”
“점심을 먹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고,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르네요.
클럽하우스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제대로 식사를 하고 올라가자고
몇 번을 되풀이해 청했지만 리처드는 단호했다.
“유쾌하게 공을 친 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더니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서울로 올라가 해야 할 일도 있으니 이해해주세요.”
결국 그날의 라운드는 개운치 않은 느낌을 남가고 끝났다.
한국 고객들과 골프를 할 때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는데,
왜 리처드는 그다지 흥겨워 보이지 않았는지 천 이사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외국인과 골프를 할 때는 특히 매너에 신경 써야 한다.
단, 한국식 매너, 예를 들면 멀리건을 남발한다거나
라운드를 마친 후 식사를 거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골프장이 대부분 교외에 있어
골프 한번 하려면 라운드에 소요되는 4~5시간 외에
두세 시간 이상 더 걸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외국은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골프장이 많이 때문에
한나절 정도 시간을 내면 골프를 할 수 있다.
그런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리나라의 골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골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내기를 할 때
내기 금액을 과하게 걸거나 일부터 내기에서 져주는 것도 좋지 않다.
외국인들도 내기 골프를 즐기지만 대부분 맥주 한자 사기나
기껏해야 10달러 정도를 거는 가벼운 내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내기를 크게 하면 무척 부담스러워 한다.
따라서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서로를 매너를 깍듯하게 지키면서
정정 당당하게 골프를 즐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골프 문화, 이것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골프 문화가 있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에서 골프를 할 때 적잖이 당황한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골프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두면
외국인들과 골프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OB말뚝
한국 골프장에 유독 많은 것이 OB 말뚝이다.
카트 길만 넘어가도 대부분 OB인데,
외국 골프장에는 OB가 거의 없다.
옆의 홀로 공이 넘어가도 거기로 가서 치면 된다.
첫 홀 티샷 순서
외국에서는 보통 첫 홀에서 초청자부터 티샷을 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통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한다.
준비운동
골프를 하기 전에 가벼운 준비 운동을 하는 것은 기본 매너지만,
캐디의 지시에 따라 스트레칭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무척 낯설게 보인다고 한다.
클럽 하우스 로커
우리나라 클럽 하우스에 들어가면 누구나 로커 키를 받지만
외국의 멤버십 골프장은 멤버십 카드가 있어야 로커 키를 받을 수 있다.
퍼블릭 코스에는 샤워장만 있고 로커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그래서 처음부터 골프복을 입고 와
차에서 골프화만 바꿔 신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목욕탕이 있는 클럽하우스는 주로 일본과 중국, 한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