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여성골퍼들
세상의 절반이 여성동지들로 이루어진 만큼, 우리 골퍼들도 아무리 강직하게 가정을 지켜오셨다고 해도, 정말 본의 아니게 여성골퍼들과의 인연이 꽤나 되실 겁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함께 골프를 친 여성동지들도 많았고, 또.... 제 인물로 인하야, 추종자(?)이신 여성골퍼분들도 꽤 있습니다. 연습장에서 뭐 좀 갈차달라는 핑계로 접근하시는 분들도 부지기수이며 - 이 자리를 빌려, 저는 진실로 청렴결백강직하였음을 제 황후에게 고백합니다. - 나름의 프로젝트를 위해 지금도 저와의 연을 끊지 않으시는 여성동지들에게, 미남골퍼의 한 사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또, 뭘 한다면 꽤나 열성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용모가 안 단정하시고, 불량스럽고, 암담한 여성들이라고 해도, 저는 일단 인연을 맺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음을, 염라대왕도 아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리하여, 그간 제가 인연을 맺었던 모든 골퍼들 중에서, 특히 여성 골퍼들만의 특징을 마침내 만천하에 공개하며 강호의 즐거움을 함께 추구해보고자 합니다. <단, 이 이야기들은 아주 "극히 일부"의 여성 골퍼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여성골퍼도, 당연히 여자인지라, 정말 특이한 일들이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뛰어난 여성 프로골퍼의 스윙 모션을 구해서 보여드린다 칩시다. 또는 마침 골프방송에서 슬로우 모션과 스톱 모션으로 어느 여성 프로의 스윙을 함께 보게 되었다 칩시다. 그럼, 저는 당연히 침을 튀기며 역설합니다.
"저거 봐요, 저 스윙에서, 무릎이 확실히 잡혔죠? 저거, 아주 중요한 겁니다.
"게다가 저거 봐요. 백스윙에서 코킹이 이루어지는 시점, 그러면서도 대갈이(앗, 실례!!)는 정확하게 볼과 일치되었잖아요?"
이렇게 줄줄이 포인트를 나열하며 말씀을 드린 후에, 이 여성 초보가 그 영상을 보고 뭘 깨달았나 싶어 물어본다 칩시다. 그러면 십중 팔구, 나오는 대답이 이겁니다.
"코 했네...."
"네? 코를 하다뇨?"
"딱 보면 모르세요? 저 여자, 코 높였잖아욧!"
잠시 정신을 잃은 제가 다시 의식을 회복해서 얘기합니다.
"코가 문제가 아니구요, 저기 저 왼 무릎을 좀 보세요. 저렇게 고정이 되어야...."
"음, 허벅지 좀 봐.... 정말 굵다."
"아니, 이보세요. 허벅지 굵은 게 문제가 아니구요. 무릎이..."
"와, 허벅지... 게다가 뱃살 좀 봐요. 프로면 돈도 많이 벌 텐데, 지방흡입술이라도 좀 받지, 그러냐? 몸매가 저게 뭐야?"
"저기요... 몸매가 아니구요, 무릎이...""요새 뱃살 흡입하는 거, 얼마 안하는데.... 그죠? 한 삼백이면 하는데... 게다가 저 쌍꺼풀은 또 어디서 야메로 했나, 왜 저래? 눈이 안 감기겠다."
할 수 없이, 제가 그 여자 프로의 무릎을 포기하고, 머리 고정에 대해 얘기합니다.
"저거 보세요. 스윙 내내, 머리가 딱 고정이 됐죠? 임팩트 때에도 정확하게 공 뒤에 머리를 두고..."
"와, 피부 좀 봐. 맨날 땡볕에서 골프를 치는데, 상당히 깨끗하네요? TV로 봐서 잘 모르겠는데, 저거 비비크림으로 떡칠한 거 아닐까요?"
"저기, 피부가 아니구요, 저 머리 고정이 아주 중요한..."
"기미도 안 보이고... 선크림을 뭘 바를까? 맞어, 요새 파우더로 선블록과 피부 보호가 같이 되는 게 있다더니, 그거 바르나 봐요, 그죠? 그러니 피부가 조로케 뽀얗지."
그런 후, 잠시 옆에 계시는 다른 여성분과 약 15분 정도의 환담시간을 가집니다. 주제는 주로, 모 브랜드의 새로 나온 자외선 차단제의 효과와 가격, 경쟁회사 제품 및 샘플 취득 방법이 되겠습니다. 한참을 토론하다가, 다시 제 얼굴을 봅니다. "저기, 아까 어디까지, 무슨 얘기 했죠?"
저는 잠시 한숨을 토하고, 마침 여성프로의 스윙 모션도 지나간 터라, 어느 여성분의 골프채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합니다.
"이 골프채는, 중공 구조라는 것으로, 가운데 공기층을 두어서 거리를 확보하며...."
"와.... 캐디백 색깔 예쁘네요. 핑크는 저래야 돼. 파스텔 톤으로 아주 잘 나왔네요. 저거 조금만 더 진하면 아주 천박한 색깔인데...."
"이보세요, 캐디백이라는 건 그냥 골프채 담는 가방이니까요, 지금 골프채, 특히 아이언이..."
"그거 얼마 주고 사셨대요? 얼마 전에 보니까 땡땡땡 백화점에서 세일하던데, 저도 살까말까 한참 망설였거든요. 근데, 애들 아빠가 있는 거 그냥 쓰라고 해서 참았어요, 그래도 이쁘긴 참 이뻐요. 누가 저거 선물해주는 남자 없나? 내가 막 이뻐해줄 텐데."
이렇게 해서 또 잠시, 옆에 계시던 다른 여성분과 최근의 캐디백 색상과 가격 동향, 그리고 세일 퍼센테이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됩니다. 물론 곁다리로 골프 웨어에 대해, 그 회사 바지는 펑퍼짐하다, 티셔츠는 짧아서 팔로스윙 때 배꼽이 나온다, 아니다 배꼽이 나와서 섹시하다 까지 나온 후에야 정리가 됩니다. 그리곤 또 저를 빤히 봅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저는 또, 3회에 걸쳐 한숨을 토한 후에 억지로 기운을 차려 이번에는 최근에 제가 가본 골프장에 대해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 골프장은, 잭니클라우스가 설계를 했는데요, 이 영감님의 디자인 특징은, 꼭 심술을 좀 부리는 스타일이라서 벙커나, 장애물이..."
"저, 그 골프장 가봤어요. 캐디가 정말 사가지가 없어요. 글쎄, 제가 동반자분들 드리려고 찹쌀떡을 좀 싸갖는데요. 그걸 본 캐디가..."
"아니, 캐디 얘기가 아니구요.... 골프를 치실 때는 언제나 코스 매니지먼트라는 걸 염두에 두시고, 티샷을 하셔야..."
"아니, 세상에 무슨 캐디가 찹쌀떡 몇 개 싸갖다고 눈이 뒤집어 져서 관리과에 얘기한다는 게 말이나 돼요? 아유, 애가 젊은 것이 어쩜 말을 그렇게...."
"저기 말입니다. 캐디는 어디까지나, 그러니까, 좋은 캐디도 있고...""아니, 얘길 들어보세요. 애가 첨부터 빼딱하니, 첫 마디가, 사모님 그 귀걸이 다이아 맞아요? 이따우 소릴 하지 않나, 아니, 남이야 다이아 귀걸이를 하든, 빠께쓰를 달고 다니든 무슨 상관이야 글쎄. 아유 정말 첫홀부터...."
"저기... 캐디 얘긴 따로 하시구요, 골프는 말하자면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해서... 그러니까."
"세상에 내가 골프 치다가치다가 그런 캐디는 또 첨 봤어요. 찹쌀떡 몇 개 먹었다고, 그 가방에 또 뭐 들었어요? 하고 묻질 않나, 아유 내가 걔 땜에 싸갖고 간 요깡(? 양갱?)은 먹지도 못하고 그냥 왔더니 요깡이 다 녹아서...."
그런 후에, 다시 또 옆에 계시는 여성회원과, 라운드할 때 좋은 간식거리에 대해서 토론이 벌어집니다. 요깡(?)이 최고다, 아니다 물이 멕힌다, 살찐다, 역시 김밥이다, 그늘집 떡볶이는 왜 2만원이냐, 미쳤다, 동동주는 막걸리 사다가 밥풀만 풀었더라, 그게 또 독하기는 왜 그리 독한지, 아유 트림을 하니까 그냥 꺼어억 그래서 그날 얼마나 웃었는지.... 까지 말씀들이 나옵니다.
저는 마침내, 골프 스윙 얘기를 포기하고, 슬그머니 자리에 앉습니다. 아직도 여성동지들은 8천원짜리 그늘집 커피와 9천원짜리 자장면, 홍삼음료는 과연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가, 오히려 남자들이 끝나고 19홀 땜에 마시는 거 아닌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에는 역시 포도즙이다를 계속하시다가.... 또 저를 보신 후 한 마디 하십니다. "어디까지 얘기했죠? 왜 레슨하시다가 주저앉아 계세요?"
<이런 이야기들, 물론 모든 여성골퍼들의 얘기는 절대 아니구요, 더구나 우리 황후되시는 분의 얘기는 절대절대절대 아닙니다. 그러니, 이런 얘기를 여성가족부 장관님에게 알리시거나, 너무 뭐라뭐라 하지는 말아주세요~. 거 뭐, 다 웃자고 쓰는 글이라니깐요.>
그리하야, 오늘도 우리의 "극히 일부"의 여성골퍼 분들께서는 언제나처럼 즐거운 연습과 골프와 수다와 간식과 커피와 남의 흉 보기를 마치신 후, 연습장을 떠나시며, 제게 마지막 결정타 한 마디를 던지십니다.
"입싱글님, 오늘도 아주 잘 배웠어요~."
(윽, 뭘.....)
아마 여러분들 주변에는 이런 여성골퍼분들 하나도 없으시죠? 아마 제 주변에만 몰려서 서식을 하고 계실 겁니다. 다음에는, 요렇게 남자골퍼들 얘기도 한번 써볼게요. 남자골퍼분들, 미리 찔리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 왜 자꾸, 갑자기 "극히 일부 여성골퍼"라고 얘길하느냐.... 저, 이거 쓰다가 황후마마에게 들켰어요. 그분 말씀이, 당신 아주 간이 배밖으로 외출을 하셨구먼, 얼마나 많은 여성 안티를 만들라구.... 하시더라구요. 화들짝 놀라서 저 말을 갖다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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