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이나 골프채, 혹은 가방만 봐도 대충 골퍼의 질을 알 수 있다지만,
첫 티 박스에서 티를 꽂는 모양만 봐도 대충 고수, 하수를 알 수 있다.
골스 가족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매우 다르므로 한번 더 복습하자.
골프는, 공이 티에서 출발하고 나서 홀 아웃할 때 까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노-터치!
그래서 공을 건드릴 수 있을 때, 즉 티를 꽂을 때만큼은
위치 선정, 티 높이 등, 가장 유리하게 시작해야 한다.
이런 것만 잘해도 서너 타는 쉽게 벌고 들어간단다.
1. 티를 꽂는 위치
두 개의 티 마크 사이에서 뒤로 두 클럽 거리 이내의 사각형안에서
공이나 발의 위치가 가장 평평하고 안정된 곳을 골라서 꽂는다.
이 때 조금이라도 티 마크 앞으로 나가면 당연 벌 타!
티 마크의 방향이 항상 페어웨이 중간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에 현혹되어 자기는 ‘선상’이라고 꽂아도 조금 앞으로 나가는 수가 흔히 있으므로,
아예 3-40센티 뒤로 꽂는 습관을 들이면 ‘배꼽’이 나오는 걸 피할 수 있다.
(나중에 ‘요 정도 차이’로 인해 파 될게 보기 되는 수는 별로 없다..)
전방 페어웨이 상에 있는 OB나 물, 해저드등 장애물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 반대쪽, 즉 먼 쪽에 티를 꽂으면 꼭 공이 거길 찾아간다.
오히려 장애물 있는 쪽으로 티를 꽂아 ‘대각선 방향으로 공략!’하는 게
확률적으로 장애물을 피하기에 더 좋다.
페어웨이 상의 목표지점을 연장하여
약 2-3미터 앞에 가상 목표지점을 설정해두면,
스탠스를 서면서 자기도 모르게 코스의 형상에 말려드는 우를 피할 수 있다.
2. 티 높이
각자 스윙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드라이버를 공 뒤에 놓았을 때 공의 반이
드라이버 윗면 선과 일치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헤드가 대빵 커지고 페이스 높이(헤드 페이스의 상하간 길이)가 길수록
공 밑의 3분지 일 선쯤, 혹은 완전 밑면과 일치시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페어웨이 우드나 아이언 티샷은 그에 맞게 한참 더 낮게 꽂아야 한다.
이 경우, 습관이 그렇게 들어 아예 티를 안 꽂고 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주어진 큰 혜택을 포기하는 것이다.
티는, 높든 낮든 간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공이 떠 있으면 지면과의 여유공간이 생겨 채
날이 정확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커지고,
날이 약간 부정확하게 들어가도 공이 대충 맞도록 유도해준다.
기계가 아닌 이상 1 미리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칠 확률은
별로 없으므로 항상 티를 사용하는 게 좋다.
포커에서 조커나 와일드 카드를 쓰라고 주는데
굳이 내버리는 바보가 될 필요는 없다.
3. 티를 꽂는 방법
엉덩이를 쳐들거나, 두 다리 사이에서
맨홀 공사하듯이 엉거주춤하며 꽂지 말고,
여유 있는 자세로 가장 품위 있게,
혹은 섹시하게 꽂으면 공도 이쁘게 잘 날라간다.
동료들이 주시하는 가운데 티를 꽂는 것은,
권투할 때 링 중앙에서 심판 주의를 들으며 상대를 노려보는 순간과 비슷하다.
당신의 갈고 닦은 내공을, 가장 자신 있고 멋진 자세를 통해 상대에 보여주며
정신적으로 먼저 제압해야 한다.
(비록 10초 후엔 삼수갑산을 갈지라도…)
이상적인 순서를 다시 보자면,
1. 티 박스 뒤에서 홀의 생긴 꼴을 보면서 쳐야 될 목표지점을 선정한다.
→이 때 두 개의 티 마크 방향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티 2-3미터 앞에 가상목표를 정한다.
2. 그 목표지점에서 약간 대각선이 되는 지점에 티 위치를 선정하고 앞으로 간다.
3. 티 와 발 위치가 모두 평평한 지 확인하며 티를 꽂고 공을 놓는다.
4. 공 뒤에 클럽 헤드를 편하게 놓고 먼저 그립을 잡은 다음 스탠스를 취한다.
5. 20센티 정도 뒤로 물러나 연습스윙을 해보며 제대로 방향을 서 있는지 재확인.
→이 때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멋있게 날라가는 상상을 하는 것도 좋다.
6. (20센티 앞으로)들어가 주저하지 말고 ‘바로’ 자신 있게 공을 쌔리 쪼아 갈긴다!!!!!!
→가장 나쁜 것은 이때 시간을 끄는 것이다. 경직이 되어 자기스윙도 망가지지만,
좋은 매너도 아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풀고 서는 게 좋다.
7. 공은 싫어도 할 수 없이 쪽바로 날라간다…
보너스 팁 하나,
상대의 멋진 티 샷을 잘 감상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감상 위치는, 일직선상(공의 비구선 후방)은 피해 주어야 하고,
가급적 치는 이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게 골퍼 엉덩이나 앞 쪽이 제일 좋다.
예상외로 멋지게 가더라도, 큰 소리로 ‘나~샤!!!!’ 하며
당신의 ‘큰 통’을 보여주고…
OB로 가면 가장 안타까운 목소리로,
‘오~노!’ 혹은 ‘(안)돼!’등의 비명을 가볍게 지른다.
단, 표정은 안 보이게!…(그래서 엉덩이 쪽이 젤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