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한껏 짙어지는 눈부시게 화창한 날,
복사꽃,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해변 길을 차를 몰아
‘천태’라고 하는 중국 산동성 청도 주변 골프장에 갔다.
바다 옆 산자락에 만들어 바람도 많고 굴곡이 심한 코스이다.
5,6년 전만 해도 두어 개 밖에 없었던 청도 지역 골프장들,
한국인들의 골프관광에 힘입어 성업중인 국제, 화산, 천태, 도원, 해양등
예닐곱 개소와 청도 노산 해변가에 건설중인 해변코스(속칭, 칭따오 페블비치)등
곧 오픈 예정인 것을 합하면 대충 열 개나 된다.
이용자는 한국인이 7-80%,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이면 예약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골프투어도 요즘은 조금 한가한 북쪽인 연태, 위해 지역으로도 많이 간단다.
그린 피, 숙식비나 물가도 청도보다는 조금 싸고…
연태에는 중국남산그룹이 운영하는 대규모 220홀 골프장이
중국 최대의 골프 리조트로 변신 중이고,
바로 옆 위해에도 한국기업들이 투자한 골프장이 몇 개나 오픈 준비 중에 있다.
산동성이 옛날 장보고가 놀던 우리 땅이라서 그런지 그리 낯설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이곳 골프장들은 한국 평균에 비해 코스나 클럽하우스 등은 비슷한 수준,
그린은 ‘조금 모자람’, 서비스/관리체계나 캐디 수준은 ‘많이 모자람’이다.
‘하드웨어는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아직 안 되는 중국’이라는 말이
골프장에도 적용이 되는가 보다.
‘천태’와 ‘해양’는 그래도 그 중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오랜만에 옆지기와 후배 부부와 같이 라운딩을 했다.
약 3년 전 청도 와서 골프를 같이 시작하여
이제 보기플레이를 하며 한참 재미를 느낀다는
40대 후배 커플, 일주일에 한 두 번 라운딩을 한다는데,
니가 잘하니, 내가 맞니 하며 서로
아옹다옹 하면서 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스윙 품이 좋아 시원한 드라이버 샷이 일품인 후배 부인이, ‘벙커 샷’ 때문에 죽겠단다.
‘홈런’을 몇 번 치고 나서는 벙커만 들어가면 주눅이 들어,
벙커를 피하는 날은 80대를 치는데, 벙커에 자주 들어가는 날은 맨날 90대 스코어…
자세히 벙커 샷을 하는 모습을 보니, 팔과 손목이 뻣뻣해지고,
백 스윙 때 채를 뒤로 빼면서 모래를 스치는 경우가 있었다.
(공을 치기 전 모래를 건드리면 벌타.)
벙커만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온 몸이 굳어지는 모양이다.
벙커 샷의 ABC.
1. 발을 모래에 묻고 하체를 고정시킨 후 체중과 공 위치는 왼 발.
2. 클럽헤드 페이스를 열고, 모래 위에서 클럽을 든 채로 가파르게 백 스윙.
3. 손목 스냅을 이용해 헤드의 밑부분(바운스)로 모래를 가격.
4. 채를 ‘가속’하면서 끝까지 하이 피니쉬.
보통 샷처럼 채를 뒤로 길게 빼면, 백 스윙시 모래를 건드려 벌타를 받기 쉽다.
채를 뒤로 빼주는 습관은, 스윙아크를 크게 만들어주고
체중이동을 쉽게 해주기 위해 처음 배울 때 코치가 흔히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벙커에서는 정확한 스윙을 위해 체중이동을덜하면서
채를 가파르게 바로 들어올려 채 날이 아니라 밑부분으로
공 뒤 모래를 얇게 쳐 주어야 한다.
(쳐주는 부분은 5-10센티 정도이나, 자기만의 감을 익혀야 한다)
왼 발에 체중을 실은 안정된 하체를 기반으로,
상체의 턴과 손목의 부드러운 스냅으로 헤드
를 ‘가속’시키면서 피니쉬를 끝까지 해주면 어떤 벙커든 백발백중 탈출한다.
물론 턱이 높으면 페이스를 좀 더 열어주고…
(이때 반드시 헤드를 먼저 열어준 상태에서, 편하게 그립을 잡아야 한다.)
벙커 공포증이 걸리면, 모래를 차고 나가야 될 채는 안 나가고 몸만 앞서 나간다.
머리나 몸이 먼저 들리면 클럽 헤드가 모래를 차고 나갈 스피드가 줄어들어,
한 벙커에서 여러 번의 벙커샷을 하게 되는 참담함을 맛보기 쉽다.
머리를 고정하고 팔로만 조금씩 스윙스피드를 가속시켜보면 이 차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벙커 탈출의 핵심은 ‘힘’ 이 아니라, 부드러운 ‘가속’과 ‘정확한 타격’이다.
또 하나, 시선을 공에 두지 말고 채가 들어가야 될 공 뒤 모래부분에
시선을 집중하면 ‘홈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거리와 핀 위치, 공이나 모래 상태에 따라 치는
다양한 기술이 있겠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탈출’이 먼저이다.
핀에 붙이는 것은 그 다음, 아주 많은 연습이 필요한 과제…
페어웨이 벙커는, 턱높이와 거리에 맞춰 클럽을 선정하고
평소보다 공을 한 개정도 오른발에 놓고
그립을 반 인치 정도 짧게 잡으면 공을 바로 치기 쉽다.
체중이동을 적게 하므로 한 클럽을 더 길게 잡고…
물론 벙커를 피하면 스코어는 더 좋아지겠지만,
반면에 벙커, 물, 바람이 없는 골프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항아리 벙커에 들어갔다고 다들 뒤돌아서 킥킥거리며 좋아하는데
멋지게 붙여서 파를 잡는 반전!
그래서 이것들을 골프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3대 요소라고 한단다.
벙커나 해저드에 빠지면 무조건 벌금을 매기는 무식한 게임도 있는데,
이것은 골프의 참 맛을 상실한 게임 룰이다.
골프고 드라마고 ‘반전의 재미’가 최고인데…
라운딩 후 천태가 자랑하는 해수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고 나와,
싱싱한 회와 소주 한잔을 하고, 노곤한 몸으로 발 맛사지를 받고 집에 들어오니….
꿈 같이 화사했던 ‘봄날’ 하나가 또 사라져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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