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 왕성하던 40대 시절 큰 규모의 시합에서
이따금 롱기스트 드라이브 상을 받은 적도 있어서
늘 자신은 장타자에 속한다고 착각을 한 적이 있었다.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티 샷을 했으니
어쩌다 한 번 제대로 걸리면 지금보다 꽤나 멀리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어느날 열 살이나 많은 선배와 라운드할 때
선배의 티 샷이 늘 내 것보다 멀리 나갔고,
파 3홀에서 적어도 한 클럽 작은 것을 잡는 것에
자존심을 상해 그 여파로 게임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물론 작은 내기도 하고 있었기에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전반 그늘 집에서 나오는데 캐디가 나에게 조용히 한 마디를 권했다.
“멀리 치려고 하지 마시고 길게 치려고 해 보세요”
처음에는 멀리 치는 것과 길게 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고
또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으로 엄청난 교훈의 말이었다.
티샷 거리가 뒤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악을 쓰며
멀리 보내려고 하니 어깨와 근육은 긴장되고
오히려 거리나 방향에서 영양가 없는 샷 투성이가 되었고,
파 3홀에서도 짧은 클럽으로 용을 쓰면서 치니
그린에 떨어져도 훅성으로 굴러 넘어가는 게 다반사였었다.
티 샷에서 멀리 치려고 안간 힘을 쓰는 것은
샷의 일관성을 훼손시키는 무모한 행동이다.
차라리 능력에 맞게 거리가 다소 짧더라도 안전한
방향으로 티샷을 하는 것이 플레이를 훨씬 쉽게 풀어가는 첩경이다.
그 대신 세컨 샷이나 어프로치 샷은
길게 치는 것이 매우 현명한 전략인 것이다.
특히 그린 주변에는 전방에 많은 벙커와 해저드를 배치하고 있어서
샷이 짧은 경우 힘든 곳에 빠져서
전체적인 흐름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고,
어프로치와 퍼팅은 짧아서 불필요하게
한 타를 더 낭비하는 것을 흔히 보기 때문이다.
오래 전 일이라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캐디이지만 그 날 나에게 대단히 좋은 골프팁을 준 것이라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퍼팅을 할 때 우리가 흔히 “Never up, never in”.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미치지 못하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것을
웬만한 골퍼들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마추어 중급자들의 경우
실패한 퍼트의 약 80% 이상은 짧아서 다다르지 못하고 실패한 퍼트가 된다.
PGA 선수들의 퍼팅은 실패한 경우 대체로 80% 이상은 홀을 지나간 것이고,
시니어인 챔피언 투어에서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지나가는 퍼팅을 한다.
그런데 보통의 아마추어는 약 80%가 짧은 퍼팅이며
어프로치도 지나치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경사가 심한 경우에 멀리 지나쳐서 내리막 퍼트를 남기게 되는 경우라면
선수들도 다소 짧게 공략을 한다지만, 대개의 경우 아마추어 골퍼라면
오히려 공격적으로 길게 치는 것이 스코어 개선을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 캐디로부터 좋은 어드바이스를 받은 후 그날 후반 플레이는 아주 만족스러웠고,
그 후 나의 골프 전략에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개선이 일어 났다.
• 티샷은 크게 무리하지 않는다
• 세컨 샷은 조금 길게 친다. 대체로 Pin High (깃발을 맞힌다는 마음)가 된다.
• 어프로치는 길게 쳐서 퍼팅을 할 때 돌아오는 길의 라이를 잘 파악하도록 한다.
• 퍼팅은 적어도 뒷벽을 맞고 떨어지는 강도로 홀을 반걸음 지나도록 길게 친다.
얼마 전에 모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에
사회자가 골프를 잘 치는 비결 한 가지만 말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내 분수껏 친다”라고 답변했었다.
멀리 보내려고 아둥바둥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 길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긴 클럽으로
넉넉하게 지나가도록 치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담아서 답변한 것이다.
나는 농담 같지만 이런 말을 잘 하는데,
아마도 시니어들은 나의 말에 동감할 것이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난 긴 것이 좋다. 가늘더라도 긴 것이 좋고,
좌우간 긴 것이 으뜸이고, 회사에서도 길게 장수하는 게 상책이다”
요즈음 새 정부 출범 이후 영어가 장안에 화제이다.
그래서 영어로 다시 한 마디 한다면,
“The longer, the better”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겨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