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이었던가 2학년이었던가
내일이면 강원도 속초로
온 가족이 놀러 가기로 되어있었던 날 저녁,
한껏 들뜬 기분에 일기를 쓰다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아침 잠결에 가족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몽사몽간에 들리는 어른들의 얘기는
제가 써놓은 일기를 보면서 하는 얘기였고
자는 척 하면서 얘길 듣고 있자니
“이걸 왜 이렇게 썼지?”
“이 표현 너무 웃긴다.”
읽고 흉내 내면서 하하 호호
결코 잘 썼다는 칭찬의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막내가 써놓은 글을 보면서 너무 귀여운 나머지
웃으며 소닥거린 것이었을 터인데
그게 왜 그리도 상처가 되었던 것인지.
그 날 이후 저는 글을 피해 다녔습니다.
그리고선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3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말이란 참 무서운 겁니다.’
왜 그랬는지
언제부터 그랬었는지 기억은 없는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화장실에서 노랠 부르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무서워서 시작된 버릇인지
그곳에서의 행위가
너무 기뻐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때도 가족들의 반응은 별 신통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음치’라고 ‘시끄럽다’고
‘제발 좀 그만 좀 해라’고
허지만 글쓰기와는 달리 화장실에서의 노래연습은
이상스러울 만치 고집스럽게 지속되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
노래를 할 기회가 왔습니다.
저만 나가서 노래한 것이 아니라 ‘음악시험’,
별다른 기대도 없이 순번이 되어서 불렀는데
음악선생님의 한마디 하셨습니다.
“헌이 너 목소리 너무 좋다”
그날 이후 저는 노래 잘하는 아이가 되었고
김치찌개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젓가락이 휘고, 주전자가 찌그러지도록
생노랠 부르며 노래 대표선수 중 한 사람으로
대학을 다녔습니다.
악으로 울분으로 4박자를 노래하던 시절을 넘고,
마이크를 들면서부터는
체념의 노래, 상실의 노래,
사랑의 노래와 이별의 노래,
접대의 노래들을 두루 거치며
제 감정을 조금은 실을 줄 알게 되었죠.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는 것이고
‘말의 힘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늘 가슴에 새기며 살고 있습니다.
‘격려와 칭찬만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
골프도 당연히 그렇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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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김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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