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짜골법: 바람 부는 날에 맞바람은 피우지 말라
국민적 영웅이 된 최경주 선수가 소니오픈 대회에서
우승으로 PGA 7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7위로 발돋움했다.
우승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힘든 경기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야자수가 마치 갈대처럼 흔들릴 만큼 바람이 강해서인지
최경주 프로의 티샷은 페어웨이를 1/3도 지키지 못했고,
정규타수 온그린은 싱글핸디캐퍼 수준인 60%를 겨우 상회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나는 그렇게 어려운 여건하에서는
리더보드 상단 어느 선수도 몇 언더파의 기적에 가까운 성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느긋하게 그의 우승을 점칠 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 프로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은
“집중하자” “버티자” “지키자” 였다고 한다.
열심히 해외 출장을 다니던 90년대에 북아일랜드를 매년 방문하였다.
그 곳에는 좋은 골프장이 많이 있는데,
유독 한 골프장을 여러 해 동안 계속 방문을 한 적이 있다.
Royal Portrush 라는 골프장은 북아일랜드 동북쪽 끝 해안가에 있는 Links 코스인데,
지구상7대 불가사이 라는 Giant Causeway 옆에 있는
유서 깊은 세계 100대 명문 골프장이다.
몹시 난이도가 있어 동행했던 핸디캡 17의 현지회사 동료가
그 곳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100타를 깼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고,
그 곳에 근무를 했던 D 전자 임원은 보기 싫은 상사가 출장을 오면
아무 말 없이 그 곳으로 안내하면 어지간한 아마추어들은
가볍게 100을 넘기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말했던 골프장이다.
이 곳에 가면 14번 홀이 205야드 파 3홀인데 이 홀에 붙여진 이름이 Calamity 이다.
그러니까 비참함 잔혹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바람이 평온한 날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홀이지만,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방향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형국이 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는 약간 오른쪽으로 휘어져있는데
홀의 오른쪽은 그린 전방까지 심한 낭떠러지이라서
감히 핀을 향해 샷을 날리는 강심장 선수는 거의 없다.
96년 11월 1일 이 홀에서는 맞바람이 불었다.
비록 몇 개 홀에서 연속 파를 하고 넘어 왔지만,
마침 핀의 위치도 우전방에 있어서 아예 티 샷을 온그린 시킨다는 생각은
꿈도 꾸질 않았다. 그린 좌전방의 안전 지대 약 170 야드 지점으로 쏘겠다고 하고,
캘러웨이 빅버사 드라이버를 힘차게 휘둘렀고 무척 잘 맞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볼은 150야드도 미쳐 날아가지 못하였다.
(Big Bertha라는 것은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쓰던 성능 좋은 대포 이름이라고 기억한다)
그 전해에 왔을 때에는 뒷바람이라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보냈던
그 지점을 드라이버를 쳤는데도 20야드 이상이 모자란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어프로치도 실패를 하였고, 심한 바람에
짧은 퍼팅 마저 실패를 하여 벌타도 없이 허무하게 더블보기를 하였다.
덕분에 그 날의 특별한 경험으로 인하여 Links 코스나,
바람 부는 날의 대처 법을 연구하게 되었고,
남보다 덜 허물어지는 기초를 닦게 되었다.
실제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프로 시합에 가보면
80대 타수도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마추어라면 바람 부는 날 자기 핸디캡에서
10타는 족히 더 쳐 본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의 몇 가지 점만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플레이를 한다면
적어도 재앙은 면할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도전하는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자세. 밸런스
스탠스를 조금 더 넉넉하게 넓히고, 무릎은 조금 더 유연하게 선다.
백스윙과 팔로우스루에 이르기까지 균형감각을 최대한 유지한다.
• 스윙스피드
강풍이 부는 날이면 대개는 어떤 특정 지점으로 볼을 보내기 위해
보다 강력한 스윙을 하려는 본능적인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연습 스윙도 한 두번 해 보고, 더욱 천천히 스윙 하도록 한다.
의도적인 강력한 스윙은 백스핀이 많아서 더 높이 뜨며
더욱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 스윙 크기
아마추어가 타이거 우즈가 구사하는 스팅어(Stinger) 샷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짧은 백스윙과 팔로우스루를 통해 손목의 움직임을 줄임으로써
볼의 탄도를 다소 낮출 수 있다.
• 클럽 선택
보통 맞바람 풍속이 시속 10마일 늘어날 때마다 (초속 4-5미터)
한 클럽씩 더 잡도록 한다. 통상 기상청에서 주의보를 발령하는
강풍의 경우에는 대체로 시속 30마일 이상이므로 (초속 12-15미터)
3클럽 정도를 더 길게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뒷바람인 경우에는 3클럽 정도 짧은 채를 잡는 것이 좋다.
어떤 경우라도 볼의 위치는 평소보다 조금은 몸의 중앙 쪽으로
놓는 것이 볼의 탄도를 낮추는데 큰 효과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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