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끝났습니다.
굿 샷의 짧은 쾌감도
미스 샷의 긴 좌절도 모두 끝났습니다.
몸을 씻으면서
상대를 누른 기분도
상대에게 눌린 기분도 비누거품과 함께
다 흘러갔겠지요.
골프가 끝이 나고
알몸으로 선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아있습니까?
더 깊게 사람을 만나겠다던
처음의 바램은 이루셨나요?
자연을 만나고, 그 속에
나를 쉬게 하리라 던
최소한의 목적은 달성이 되었습니까?
어차피 게임일 뿐이라던 생각, 그대롭니까?
그렇게
골프가 끝난 자리
하늘표정 떠올릴 수 있고,
공 찾으러 산으로 들어갔다가
봄이 오는 소식, 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나, 여전히 즐겁고,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가
더불어 골프 하고픈 사람으로
기억해준다면
그것으로 다 된 것입니다.
골프에 있어
“사람 다칠 짓 하지 말라”
“다른 사람 플레이를 방해하는 짓 하지 말라”
“자연을 해지지 말라”
규칙은 단 3가지 밖에 없습니다.
이 3개의 규칙만 어기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다 된 겁니다.
그런데
골프가 끝난 자리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더라도
.
.
너무 실망하진 마세요.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만회할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
.
‘밥 먹으러 갈 시간입니다.’
.
.
.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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