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골프에서는 내기가 빠질 수 없는 듯 싶습니다.
크든 작든, 싫어하든 좋아하든, 하수든 고수든..
첫홀 대기하면서 뒷팀이나 앞팀이 그날의 룰미팅을 갖는 광경을 자주 봅니다.
관심없는 척 하면서 귀를 쫑긋해보면 거의 대충 비슷합죠~~
한국인 특유의 승부에 대한 집착과 결과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은근히 내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하수시절에는 돈 천원 따보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모든 게임이 거의 다 그렇지만 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골프에서의 내기입니다.
게임을 조절하고 판세를 읽으며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강력한 구찌가 동원되어 곧바로 흐름을 바꾸어 버립니다.
히든 카드로 배판이 있어 배판만 잘 요리하면 듬뿍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으니 고수는 그저 게임있는 날이면 그날이 곗돈 타는 날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수는..
혹시 하다가..
항상..
역시로 끝납니다.
제 개인적으로 어떤 모임이 있는데 거긴 3不원칙이 있고 타당 2$ 스트로크입니다.
3不을 소개하자면..
1.배판이 없다
2.뽀찌가 없다
3.얄짤이 없다
잃어도 얼마 안되고 몇 푼 따면 공공의 적이 되어 19홀에서 더 나가는 룰입죠~
그래도 잃은 사람 마음은 베풀어서 넉넉해지고 딴 사람은 기분 좋아 밥 사니 다들 불만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 원칙은 제일 핸디가 많은 분이 일방적으로 정해서 다들 입이 튀어나왔지만 매번 그 양반만 은행이 되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게임할 때마다 계속 잃는 분의 마음은 씁쓸하리라 생각되지만~~~
조금 더 큰 내기도 있고 언제나 두들길 수 있는 내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하수가 그 어떤 게임을 해도 내기에서는 고수를 이길 수 없답니다.
지난 달 어떤 게임에서는 가볍게 2천원으로 시작했는데...
15번홀까지 제가 무려 7만원의 금액을 따고 있었지요.
타수를 아무리 계산해도 산술적으로 계산이 안되는 돈입니다.
배판에 버디를 때리면 돈의 색깔이 달라져서 들어옵니다.
머리에 스팀 받은 동반자들...
금방 복구하려고 했는지 16번홀에서 타당 5개로 하자고 저에게 요구하더군요.
저는 짐짓 망설이는 듯 하면서....
그러시죠~~~~ 했답니다.
저는 두홀 연속 파를 하다가..
18번홀에서 3미터 이글퍼팅을 놓치고 버디를 했는데 이글까지 했다면..
더 이상 그분들과 골프를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기에 강해지기 위해서는...
그동안 자주 잃은 경험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저는 초창기 8개월동안 따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갑은 항상 갈 때와 올 때의 무게가 달랐지요.
내기에서 패자가 된 기분은 금액을 떠나 솔직히 기분은 우울해지지요.
겉으로는 허허 웃을지 모르지만~
특히나 승부욕이 강한 분들은 엄청난 분발을 자극합니다.
자주 져 본 사람은 어떻게 하면 지는지 알게 되고..
춥고 배고프며 인간성 더러운 넘 소리 안들으려고 잃고서도 웃었야 했던 인고의 세월을 벗어나기 위해 이기는 방법을 연구하고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연구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지키는 법을 깨닫게 되지요.
일명 \'교통정리\' \'보험처리\'입니다.
그런 보신의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정상이 보입니다.
그곳은 올라가기가 처음에는 참 어렵습니다.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정상에 혼자 서 있는 것도 힘들지요.
자주 엄지발가락이라도 살짝 걸치다 보면 어떻게 올라가는 것인지 알게 됩니다.
이제는 지키는 방법만 터득하면 되죠.
정상에 선다고 좋을까요?
따돌림 당하고 정말 외롭습니다.
내기에서는 교통정리하는 2등이 환영받지요.
그러다 보니 허허실실~ 챙길 것만 대충 챙기고 그작저작 치게 된답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게임을 읽지 못하고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기분만 상하는데 차라리 내기를 하지 말고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가진게 많아 탁탁 털어 잃어주고 싶다면 할 수 없지만요.
제 진정한 바램은...
동반자들과 함께 골프만을 즐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많이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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