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택한 골퍼의 길을 돌아보니 벌써 만 2년이 흘렀습니다.
1년이 지날 무렵에 썼던 글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고 어설펐던 모습에 픽 웃지요.
그저 앞만 보며 어떻게든 이넘의 도시락 생활을 때려치고 속칭 \'고수\'의 반열에 오르고자 무지 애를 쓰며 부족한 내 자신과의 싸움과 중단없는 연습에 열중했던 시절...
참 그립습니다.
그 열정..
그 패기..
그러나~~
지금은 산전수전 다 겪은 넘 마냥 너구리가 되어서 눈 감고 있어도 한 눈에 척 들어오는 것처럼 짐짓 도사의 흉내를 내고 있습죠.
머리와 눈만 바쁘게 때글때글 움직입니다.
1. 스코어
작년 1년이 된 시점에 싱글핸디캡 스코어를 기록하고 이영애랑 데이트를 하는 것보다 더한 기쁨으로 이제는 골프를 다 이룬 것처럼 싸가지없이 생각하고 행동하던 시절..
남들은 몇 년씩 쳐야 기록한다는데 뭔넘의 조화인지 복권 한 장 맞은 적이 없는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싱글 이후의 골퍼의 길은 막상 더 험하고 잔인했습니다.
그작저작 설렁설렁 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목표를 더 높게 잡고 나를 채찍질하며 게을러져 가는 몸과 마음을 다잡았지요.
올해 이븐을 목표로 했지만 3개까지 쳐보고 구경도 못했습니다.
아직 감감 무소식입니다.
인대를 다쳐서 잠시 쉴 때를 제외하고는 연습량도 사실 평일에는 3시간, 휴일에는 5시간이상씩 작년보다 더 많이 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지식과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한타 줄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감질나게 합니다.
정녕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아직도 억겁에 쌓인 욕망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참 못나고 바보같은 놈입니다.
욕심이 들어가면 정갈한 샷 대신에 흐트러지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잘 암시롱 매번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거든요.
골프는..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마음의 운동입니다.
쉽지 않기에 좋아하고 더욱 담금질을 해서 도전하게 합니다.
아직 3달이 남았으니 겨울이 가기 전에 올해의 목표를 꼭 달성하고 싶답니다.
2. 가족과 여타의 관계 상황
1년이 지날 즈음보다 더욱 나빠졌습니다.
예전부터 싱글이 되려면 일과 가정을 다 포기해야 한다잖아요.
허구헌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연습장으로 가서 공만 두들겨 패다가 11시가 넘어서야 귀가를 하고 늦게까지 잠 안자는 아이들과 대충 몇마디 슬쩍 던지고 피곤에 골아 떨어지는 가장의 모습을 좋아하는 가족들은 없겠지요.
그렇다고 시간 넉넉한 휴일에 집안일 좀 도와주기를 원하는 안사람의 무언의 압력과 협박을 뿌리치고 안사람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새벽에 슬그머니 밥을 차려 먹고 연습장으로 가서 하루종일 공과 씨름하다가 저녁 나절 어둑어둑해질 때야 어슬렁 들어오는 미련 곰팅이 같은 넘이 가족한테 사랑 받자고 한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입니다.
제 잘못을 잘 압니다.
아이들이 별탈없이 잘 커주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왕 선택한 길이기에 목표를 달성하고 싶답니다.
안사람의 이해를 바라지만 전지현이 시집 안가기를 바란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죠.
우찌해야 쓸까잉~~
처음 골프를 시작하며 티격태격 쳤던 분들과는 올해 쳐보지 않았습니다.
몇 번 치다가 이넘이 그때의 그넘이 아니구나... 그랬나 봅니다.
저도 대충 대충 치게 되고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서로 연락을 안하게 되고..
점차 로우핸디캐퍼들과 치게 되더군요.
조금 긴장을 할 수 있으니까요.
무언가 제가 부족한 것을 배울 수 있고 그분들의 골프 흐름에 대해서 연구할 수도 있어 도움이 됩니다.
자칭 고수라는 분들은 구찌가 아주 강하고 멘탈이 무척 셉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야금야금 상대가 흐트러지길 기다리며 덫을 계속 치지요.
강한 상대는 저를 더욱 강하게 합니다.
자기보다 더 높은 하이 핸디캐퍼와 치면서 돈이나 따 먹는 골퍼는 진짜 고수가 아닙죠.
18홀 내내 긴장을 하도록 한 언더파 고수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말로만 듣던 언더파 고수라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쳤지요.
한타 한타 신중하게 제 골프를 가져 가자고 마음을 다잡은 것이 수백번도 되었습니다.
그분과 칠 때 3오버를 기록했답니다.
그분은 딱 한마디 하셨습니다.
\"편하게 치세요~\"
편하게 치는 골프....
그 말에 담긴 뜻을 알기에는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 편하게 치지 못했걸랑요.
무지 쫄면서 창피함을 당하지 말자며 땀 뻘뻘 흘리고 전력을 다했으니까요.
언제나 편하게 치는 골프를 할 수 있으련지..
3. 스코어를 조작할 수 있다?
강한 동반자와는 빡세게 붙습니다.
하나의 샷에서도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정성을 다해서 칩니다.
문제는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과 칠 때입니다.
샷이 틀려집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편해서인지 아님 작은 내기여서 그런지...
아주 안좋은 습관이 되버렸답니다.
그렇게 집중을 하지 않고 그저 골프를 즐기는 쪽입니다.
동반자와 같이 잔디를 밟고 걸으며 낄낄 대며 웃고 장난칩니다.
당연히 스코어는 좋을 수가 없지요.
그냥 80타 중반까지 치솟습니다.
어떤 때는 90타까지 올라갈 때도 있구요.
OB 한 방 내달라고 할 때는 여지없이 기대에 순응합니다.
아이쿠~~
하면서 속쓰린듯이 하지만 능구렁이가 다 된 지금은 표정관리까지 잘하지요.
그런 제 모습이..
사실은..
싫습니다.
골프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혹시 남을 속이는 골프가 아닐까 생각되거든요.
그래도 실수를 하는 저때문에 동반자들이 즐거워한다면 다음 홀에서도 시원한 OB 한 방으로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왠일인지..
70타대의 스코어는 전력을 다하고 80타를 넘어가는 스코어는 언제든 제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작년과 달라진 점입니다.
친구들과 핸디 차이가 너무 나면....
왕따 당하는 것이 골프 세계란 것을 체험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고수분들께는 껄쩍지근한 문제라 여쭤보지 않았지만 제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매번 어떤 동반자와 칠 때마다 전력을 다한다구요?
그럼 손님 다 떨어지고 매상 올릴 수 없습니다요~~~~~~~
4. 내가 걸어가는 길
제가 가야 할 길은 안개가 뿌옇게 쌓인 보이지 않는 길입니다.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선택을 했는지..
목표에 비해 제 능력이 너무 모자라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터벅터벅 걷고 있습니다.
3년차에는 골프의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싶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내가 선택하고 걸어가는 골프의 길..
후회없는 길이 될 것이라 믿으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