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맞으며 화성상록cc에 지인들과 라운딩을 가졌다.
나를 포함한 동반자들의 연령대는 모두 50세이상의 시니어들로서 구력은 1년, 2년, 7년
내외이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동반자중 57세로 가장 연장자인 A씨의 이야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57세의 나이에도 강한 근력과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며 2년 남짓하는 짧은 구력에도 불
구하고 평소 보기플레이(85~95)를 유지하였었는데....
물론 비도 내리고 화성상록cc의 코스가 쉽지 않음을 감안하더라도 어제의 그의 플레이
는 갓 머리올리러 나온 왕초보골퍼와 다름없었으니, 14회의 드라이버샷중 10회가 OB내
지는 해저드행이었고, 그나마 나머지샷도 제대로 맞은 것이 단 1회도 없었고, 드라이
버샷이 않되니 아이언샷은 물론 퍼팅까지 흔들려 최악의 라운딩을 치루었으니 골프를
그만두어야할까보다 하고 크게 낙담할만도 하였다.
A씨의 스윙을 관찰해보니 힘찬 백스윙과 과도하게 높은 탑, 그리고 탑에서의 샤프트의
비틀림과 해드의 무게를 조절하지 못해 심하게 흔들리면서 궤도를 이탈하여 급격하게
이어지는 다운스윙~ 천하의 타이거우즈라해도 스윗스팟에 제대로 맞추기 어려울 정도
의 스윙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A씨의 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더니 어느날 문득 연습장에서 이
런 방식으로 스윙을 하였더니 비거리가 엄청나더라는 것..... 그리고 라운딩에서 그런
식으로 스윙을 하였더니 동반자들보다 무려 30~50m 드라이버샷이 더 나가더라는 것....
티샷을 마치고 동반자들의 공을 지나쳐 훨씬 앞에 있는 자신의 공을 향하여 걸음을 옮
길 때의 희열감.....
A씨는 그후 동반자들의 엄청난 장타라는 찬사가 독약이 되어 몸과 스윙이 망가지는 줄
도 모르고 강한 드라이버샷에 목이 메어있었던 것이고 동반자들보다 비거리가 짧았을
경우에는 다음 샷에서는 동반자들보다 더 멀리 티샷을 보낼려고 용을 쓰는 동안 그 좋
았던 스윙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던 것이었다.
나는 초면인 사람들과 스트로크 게임을 할 때..... 체격이 건장하고 힘있어 보이는 사람
에게 \"사장님은 엄청난 장타이시겠네요...이글 많이 하셨겠어요...나는 비거리가 짧아
서 아직 한번도 못해봤어요...\" 라고 한마디 던진 다음, 부드럽게 80%의 힘으로 220M
지점에 공을 안착시켜 놓으면 그 사람은 최소한 전반 라운드 내내 돈을 잃을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을 쉽게 접했었다.
그 사람은 내 공보다는 더 멀리 보내야한다는 심적 부담감으로 어깨와 팔에는 힘이 잔
뜩 들어가고 손목은 뻣뻣해져 십중 팔구는 왼쪽으로 당겨치는 악성 풀샷을 범하여 OB
를 내거나 숲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타수를 잃기 마련이고, 세컨샷에서 자존심을 회복
하고자 무리한 클럽을 선택하지만 성공 확률은 10%가 될까 말까....OB만 않내도 다행이
고... 한번 뻣뻣해진 근육은 어이없는 어프로치 뒷땅에 이어 마음을 추스리고 2퍼팅으
로만 끝내도 되련만 그것이 쉽지 않다...
첫홀부터 망가져버리면 골프로 밥먹고 사는 프로들도 마음을 추스리기가 쉽지 않은데
일반 아마추어들이 스트로크게임에서 안정을 되찾으려면 최소 전반라운딩을 끝내기
전에는 쉽지 않은 법이다.
골프는 기술이 30%라면, 맨탈이 70%를 차지하는 게임이기에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연령과 체력 등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고 드라이버 비거리에 대한 욕심을 버리
고 그것보다는 세컨샷하기 좋은 곳에 보내 놓는 것에 만족하고, 비거리가 짧은 대신 제
일 먼저 세컨샷으로 온그린시켜 놓으면 상대방들에게 마음의 부담을 주게 될 것이고,
남들 웨지들고 어프로치하러 갈 때 퍼터들고 당당하게 그린으로 걸어가는 것이 더 쾌
감이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남들 퍼터들고 그린을 왔다갔다 하면서 번잡떨 때 .... 칩인 버디나 오케이 어프
로치를 끝내고 한가롭게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또 다른 커다란 희열일진데...
절대로 비거리에 욕심부리다 몸망치지 말고 늦게 배운 골프 성한 몸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아닌가.....
물론 멋진 폼으로 힘차게 스윙하여 엄청난 비거리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
을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능력이 그러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 능력의 한도내에서 가
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다듬어 더 큰 쾌감을 찾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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