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점 불지 않고 습도가 잔뜩 높은 뜨끈뜨끈한 날씨...
오랫만에 초여름 같은 날씨였다.
(아직도 우리는 털모자를 쓰고 일한답니다 . ㅠㅠ )
현관대기를 하고 있는데 고객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백을 내리고 ..
트렁크에서 볼을 꺼낸 후, 백 안에 공을 잔뜩 넣으셨다. ....
그리고 몇분 후 어떠한 고객이 차에서 내린 후..
그 분 역시 백 안에 공을 리필 하셨다 .
"우와 .. 왠지 모르게 저 분들 나가면 코스에서 살아돌아오기 힘들겠당 ~
백은 프로님 백 같은데.... 왠 공이 저렇게 많이 필요하실까 ?"
배치표를 받고 고객이 나오는데... 그 분들이었다 .
'초보자 이신가 ? 아닌데 ..
클럽이나 인상을 보아하니 .. 잘 치실꺼 같은데 ...'
"고객님 .. 잘 치실꺼 같은데,,
공을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나오셨어요?"
"응~ 오늘 요거 다 쓰게 될지몰라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
다른 두분 역시 손에 공을 두상자씩 들고 나오셨다 .
그것도 괜히 부담스럽게..
통닭값하고 맞 먹는 비싸다고 소문 자자한~ 볼 ...
인사를 드리고 첫 티샷을 하려하는데 ... 고객이 블루티에 티를 꼽으셨다 .
고객님 거기가 아니고 .. 저기 하얀 티마크쪽에 ... 라고 이야기 하려는데 ..
우리 블루티 쓸꺼야 ~! 라고 외치셨다 .
아 .... 뭘까??? 좀처럼 감이 안왔다 .
공은 4분 모두,,
최소 20개씩 새 볼로 준비 하셨고,
클럽은 4분 모두 15개~16개
20개 정도의 공을 다 사용하실꺼 같다고 하셨는데?
티잉그라운드는 블루티 사용이라 ...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 (어찌되었건 순탄하지는 않을꺼같았다 . )
첫 티샷을 하기 전 까지의 .. 짧은 시간동안 ..
무수한 생각들을 했다 .
거리는 많이 나지만 오비가 많이 나셔서,,
나를 위한 배려심으로 (뱀과의 미팅시간을 안갖게 해주려는 배려심 ?)
공을 많이 가지고 왔을까 ?
아니면 정말 잘 치시는데 ... 괜히 나 겁주려고 그러시는걸까 ?
어프러치 클럽은 기본이 4개정도 되는데 저걸 다 사용하실까 ?
휴우 ... ㅠㅠ
어찌되었건 블루티에서 첫 티샷이 시작되었다 .
한 분만 가운데 똑바로 잘가고 ..
다른 분은 언덕으로 공을 내 던지기 시작했다 .
눈 깜빡할 사이에 엄청난 스피드로 순식간에 언덕으로 공을 순간이동 시켜버렸다 .
첫홀 홀아웃 마치고 .. 이미 다리가 후들거렸다 .
머리에 쓴 털모자도 벗어던져 버리고 일하구 싶었다 .
"언니야~우리는 오비티 같은거 없어 ...
무조껀 오비나면 제 자리에서 치고 노 멀리건!! 노 컨시드!! .."
그랬다...
트렁크에서 나온 수많은 공들은 잠정구들을 치기 위한 공들이었다.
파 5홀 도착.
참고로 말하자면, 이홀은..
우측 도그렉 홀에 ... 오른쪽은 해저드 왼쪽은 오비 ..
또 이 홀에는 배나무가 120여 그루정도 심어져 있는데 ...
배나무 보호상 로컬룰로 해저드 처리를 하고 있다 .
배나무 때문에 페어웨이가 정말 좁은 홀이라..
파 5홀이어도 세컨샷을 아주 신중하고 정교하게 샷해야 하는 홀이다 .
"언니야 우리는 물에 퐁당 빠져도 오비처리 하니깐 ..
나는 세컨샷에 피칭으로 짤라갈꺼니깐 .. 피칭으로 줘 ~"
"네???????? ..
아 ..네 .....
고객님 그런데 왜 해저드를 오비 처리 한다는 거죠 ?"
대답은 짧고 간단했다 .
어디서 빠졌냐가지고 싸우기 싫고 ..
또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드롭 해야 하는지 룰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예전에 해저드 드롭때문에 한참 쌈 좀 했다 하셨음 )
암튼 물에 퐁당 해도 해저드가 아닌 오비 처리 하고 ....
제 자리에서 다시 치고 나간다는 것이었다 .
참 .. 이상한 룰이었다 .
어찌 보면 .. 이해가 가면서도 ... 스코어 카드를 작성해야 하는 나로서는,
여간 복잡한게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스코어 카드엔 ...
더블파가 삽시간에 수시로 등장을 하였고 ..
(더블파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
볼 하나 줘봐 ~ 잠정구 치게 ...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
처음엔 여유볼 하나 정도만 내 주머니에 가지고 있다가,
홀이 점점 지나갈수록,,
내 주머니엔 공이 매홀 4개 정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
잠정구 치는건 좋다 ...
원구가 살아있으면 잠정구를 주워가셔야 할꺼 아닌가 ..
주울 생각도 안하시고..
"언니야~~~ 언니가 가져와~"
언제 서브하고.. 언제 잠정구 볼 집고 ..
또 오비난 볼은 어떻게 찾아오란 말인가..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
갑자기 일사병이라도 걸려 잠시 코스에 누워있고 싶었다.
그러면 경기과에서 조용히 나를 업어가서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텐데 ..
하지만 홀이 갈수록 주문량이 많았다 . .
내 몸뚱이는 하나인데 ..
한꺼번에 너무 많은걸 요구했다 .ㅠㅠ
또 파 5홀 도착... 우측은 오비... 좌측은 해저드 ...
중간에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페어웨이때문에... 우드로 티샷을 하였다 .
또 해저드 방향으로 공이 날라가고 있었다 .
모두들 그 볼의 낙하지점을 보구 있는데 ...
볼이 다행이 해저드에 들어가지 않았다 .
다른 분 역시... 해저드 방향으로 갔으나 ..
해저드 턱 앞에서 공이 멈췄다 ..
고객은 간신히 살았다며 웃으며 세컨샷 지점으로 이동했고 ..
나는 다른 분의 오비난 볼이 혹시나 있나 하고
우측 산에서 공을 찾아보구 있는데 고객이 나를 불렀다 .
"언니야!!! 왜 잠정구 안치게 한거야 ?"
"네? 무슨 잠정구 말씀하십니까 ?"
"우리 이거 오비잖아 ~언니가 잠정구 안치게 해서 3벌타 먹었어 ~ "
(고객은 해저드 턱 앞에서 내게 소리치셨다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
"이거 봐 .. 여기 빨간 선 그어져 있잖아 .
우리가 분명 해저드도 오비라 했지?
그러면 언니가 잠정구를 치라고 했어야지 ?
안치고 나와서 총 3벌타씩 먹었어 !"
(잠정구를 치고 나오지 않을 경우 벌타는 3개란다 .. ㅠㅠ)
이것은 장난으로 나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였다 .
"아니 고객님 그러면 저에게 첫홀부터 ..
물에 퐁당이 아니어도... 해저드 말뚝이나 해저드 선 안에 들어가도,
오비처리 한다고 이야기 하셨어야죠!!!! "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도 처음으로 말대꾸를 하였다 . ㅠ
그러자 고객은 눈만 몇번 깜빡이더니 아무말 없이,,
"여기서 3벌타 먹고 치겠습니다" 라고 외쳤다 .
그 이후에도 ...
정말 적응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18홀을 마쳐야만 했다 .
정말 본인의 스코어 보다 더 많이 적힌 스코어 카드를 보며,,
"그래도 오늘은 잘 쳤네" .. 하며, 흐믓한 미소를 휘날리며 떠나셨다...
그 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 볼들이 필요 했는지는,
오늘 나는 확실히 알수 있었다 .
정말 이런 고객들은 처음이다 ...
정말 ... 내일은 평범하고 유쾌하신 분과 라운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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