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빠져드신 것일까?
선생님은 예전에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도자기를 만드실 적만 해도
하루에 300~400개의 항아리와 그릇을 만드셔야 했단다.
그래서인지 흙을 단숨에 올려 그릇 하나 만드시는 데
굳이 시간을 따지자면 15초 정도가 걸리시는 듯하다.
다시 선생님의 손을 흘끔 본다.
이번에는 손 안쪽을 자세히 본다.
선생님의 열 손가락에는 지문이 없다.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중에서
이 글의 선생님은
‘조선다완’을 완벽하게 재현해 내셨다는
도예 명장 천한봉 님입니다.
선생님은 무려 60년 동안 흙을 만지고
가마의 불을 때고 계십니다.
60년…….
아직도 건강하십니다.
한 가지의 일을 그토록 오랜 세월 할 수 있다는 것
복인가요? 고집이나 집념인가요?
아니면 둘 다 일까요?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얼마나 가난하셨을까요?
이름이 알려지고서도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깨작깨작 드라이버 몇 개 연습하고도
뜻대로 잘 안 된다고 아파하고 좌절하는데
만들어지지 않는 그 극한에의 도전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요?
몰론 기쁨도 보람도 컷을 겁니다.
힘겹고 지루한 세월,
그런 일상의 작은 성취들이 없었다면
어찌 견디고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인가요?
처음부터 업을 이루겠다거나
애초부터 60년을 계속해야겠다거나
그런 결심은 없었을 겁니다.
생업이니 해야 했고
꾸준히 하다 보니 깨달음이 있었을 것이고
작은 성취들이 또 하루를 밀고 가는 힘이 되고
약이 올라서 1년을 밀고 가고
딱 한 번만 더 해보자던 것이 10년이 되고
……
한 고개 올라서서 바라보면
발 아래 아득한 등산길처럼 세월이 흘렀을 겁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도인!
한 가지 일을 10년 이상 꾸준히 하면 달인!
세상에는 천 선생님 말고도
소리도 소문도 없는 도인과 달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20년 골프하고
그 중 고작 10년,
골프를 가르치고 있는 제가
한 없이 작게 느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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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김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