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이 다 지나간다 . 훅 ~~ ㅠㅠ
이쯤~ 되면 꽃들도 슬슬 나와 주시고 ..
새들도 좀 한곡 뽑아주고, 이 노래에 맞춰 파아란 그린위를 무대삼아,
청솔모가 댄스 대회를 열어야 할 시점에 ...
올해엔 3월에도 눈이 이렇게 자주 오고 난리인지 ...
눈 치우느라 허리가 아주 끊어질 지경이다.
(헤헤 너무 엄살인가 )
3월 한달, 20일이 넘어서 눈을 치워본 건..
내 캐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기껏 좌그린만 열심히 치워놨더니...
그 담날 보니깐 .. 우그린은 날이 풀리면서 자동으로 녹아있었다.
젠장 .. 어제의 수고가 헛된 짓이었다니..
어느 날의 일이었다 .
5인 플레이 팀이었고 ..
난 3~4년차(?) 정도의 동료 캐디와 서브를 같이 하게 되었다 .
내 카트엔 백을 두개 올리구 ..
동료 캐디의 카트엔 3개의 백을 실었다 .
첫 홀 시작전에 돈을 주고 받고... (핸디 주고 받는 중 )
다들 치아 8개씩 내보이며 웃고있으나......
어딘가 모르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겠지? ??"
(동료 캐디와 나의 대화)
이상하게 직감적으로 긴장감이 느껴졌다 .
첫 홀이라 설레이는거와는 약간 다른 기분이었다 .
몇 홀은 아무 일 없이 .. 파 보기 .. 요런거 하면서 홀아웃을 하였다 .
문제의 홀 .. 도착 ...
이 홀은 약간 오르막이다가 내리막 지형으로,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다
허나 .. 5분 모두 ...
우리 코스에 대해서는 빠삭하신 분들이라 ...
코스 설명을 한다는 자체가 ... 그 분들에게는 잔소리인 분위기였다 .
티샷을 하는 순간 ... 어 몇 정도 남았겠다 ... 하면서
아주 자세히 코스를 알고 계신 분들 ...
일단 내가 담당한 두 분은 페어웨이를 반으로 쪼갤 듯한 티샷을 날렸다 .
음 ... 저 안정감 있는 스윙 .... 멋져 멋져....
(사실 고객의 골프 매너는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스윙만큼은 아주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 )
언니야 나 물 한 잔만 ~~
네 ... 하며 컵에 물을 한잔 따르고 있을때 ...
다섯번째 고객의 (A님) 티샷의 소리가 들렸다 .
쨍 ~!!!!!!!!!!!
어 .. 약간 좌측으로 갔지만 아주 잘갔어 ~~ 굿샷 굿샷 ....
모두가 이런 멘트를 날리고 세컨샷 지점으로 이동을 했다 .
사실 나는 보온병에서 물을 따르느라 티샷을 못 보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동료 캐디와 여러 동반자 분들이 볼을 보구 계셨기에,
잘 갔나보다 .. 하며 세컨샷 지점으로 고고씽 ~~~~!!!!!!
페어웨이에 4개의 볼이 얌전히 주인님을 기다리고 앉아 있는데 ,
마지막에 치신 A님의 볼이 안보이는 것이었다 .
왼쪽에는 얼마 전에 온 눈이 녹지 않아 많이 남아 있었다 .
어!!! .. 눈속에 박혔나보다.
하지만 살짝 왼쪽으로 간거니깐 .. 있을꺼야 ..
우리가 다 같이 봤잖아 ...
이렇게 동반자 분들은 눈속에 있을꺼니 걱정 말라며 각자의 샷을 하러 가셨다 .
나는 내 담당 고객님께 거리와 클럽을 전해주고,
재빨리 눈속에 가서 함께 공을 찾아보았다 .
A님은 이 홀에서 평소에 .. 100야드밖에 남지 않는다며 ..
100말뚝 근처 눈속에서 계속 공을 찾아보구 계셨다 .
나 역시 처음엔 .. 100말뚝과 그 안쪽에서 공을 찾아보다가 ..
눈을 몇번 뒤집어 보구 찾아봐도 없길래...
150 말뚝 근처로 올라가서 찾아봐야 겠다고 슬슬 올라가고 있었다 .
슬슬 150 말뚝 쪽으로 발을 슬금 슬금 ...
눈동자도 슬금 슬금 옮기고 있던 중 ...
A님이 .. 내 눈동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
언니야 .. 내가 평소에 이 홀에서 100야드 정도 남는데 ...
이번에 티샷이 그럭 저럭 잘 맞았는데 ..
설마 150 말뚝 쪽에 볼이 있겠나?
가지마 !!!!!!! 거긴 없을꺼야 ~
고객은 내가 고객의 거리를 무시해서 그 곳을 찾아본다고 생각하셨나보다 .
그래서 찾아보는거 조차 하지 말라구 하셨다 . ㅠㅠ
계속 100말뚝 안쪽에서 볼을 찾아보구 계신거였다 .
사실 무시 했다라기 보다는 ...
공이 처음 떨어지는 지점이 하얀 눈밭이라면 ..
런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때문에
평소에 있던 위치보다 훨씬 뒤에서 찾아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뿐인데 ..ㅠㅠ
그래서 슬금 슬금 뒷쪽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
이때 우리 고객이 그린에서 소리쳤다 .
"빨리 와서 퍼터줘 ~~~~~~~~~~~~~!!!!!!!!!!!!!!!!!!!!"
동료 캐디는 본인이 좀더 찾아보겠다며 내게 가라고 말했다 .
그 한분을 빼고 다른 네분은 퍼팅을 마쳤다 .
그제서야 .. A님께서 세컨샷을 하셨다 .
"뭐야 찾은거야?" (동반자 분들은 웅성 웅성 ~)
"황급히 그린으로 달려온 그분은 .. 행님 공 못찾아서 ... 하나 놓구 쳤어요.."
"그래? 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간 볼이 왜 없을까 ... 희안하네 ..."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돈계산을 할때 였다 .
눈속으로 간 볼을 못찾았으니..
벌타를 먹여서 스코어를 계산하자는 거였다 .
형님들 .. 내 볼이 산으로 갔으면 ... 내가 깔끔하게 인정하는데 ..
다 같이 봤고 .. 이런 블라인드 홀에서 공이 없어졌는데 ..
여기서 벌타를 먹이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
그래 그래 ... 이 상황은 좀 이해해 주자고 ....
어느 동반자 분께서 외치셨다 .
내 담당 고객들은 냉정하셨다. ㅠㅠ
어찌 되었건 못찾았으니 ....
로스트 벌타 처리 후 돈계산을 하자는 거였다 .
"언니야 ..언니들은 둘 이나 되는데..
왜 공을 못찾아서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만드냐??
저 고객 기분 상했으니 니들이 잘 풀어줘라 ..."
A님은 이미 멘탈에서 조금 무너지신거 같았다 .
파 5홀에서 티샷을 하였는데 ....
또 다시 왼쪽에 눈 있는 곳으로 공이 날라갔다 .
그것도 나무를 맞으면서 .. ㅠㅠ
(휴우 .. 다른 곳은 눈이 없는데 .. 왜 A님 공만 자꾸 눈 속으로 갈까 .. ㅠㅠ)
내 담당 고객님도 때 마침 A님과 비슷한 방향으로 공이 날라갔다 .
차라리 잘 된일이라 생각했다 .
겸사 겸사 두 분의 볼을 같이 찾아볼수 있는 상황이니깐 ..
눈 속에서 내 담당 고객님의 볼은 재빨리 찾았다 .
세컨샷을 그럭 저럭 잘 하구, 어프러치 샷만 하면 되는 분위기 ...
A님은 내 담당 고객이 아니었지만... 나는 함께 공을 찾아주었다 .
"여깄어요 고객님 .. 이 타이틀 000.. 황금볼이 고객님 볼이시죠 ?"
"어? 그런데 이게 내 볼이 아니야.. 번호가 달라 .. ㅠ "
"아.... 그럼 여기 또 있어요... 여기 은볼 ...."
"이것도 내 볼이 아니야 ...색깔이 달라.. ㅠㅠ "
갑자기 금도끼 은도끼 생각이 왜 나냐..... ㅠㅠ
사실 나같으면.. 그 볼이 아니어도 맞다고 우기고 쳤을꺼 같았다 .
(비양심적인거 알지만 나같으면, 그 순간 그렇게 변했을꺼라구요,,ㅎㅎ )
진짜 눈이 뒤집히고 또 뒤집힐 정도로 눈을 바라 보며 흰볼을 찾았다 .
그리고는 결국 내가 볼을 찾았다 .
내 담당 고객도 아니었지만 .. 괜히 내가 기뻤다 .
그리고 나서 미친듯이 달려가 우리팀 고객께 어프러치 샷 클럽을 전달하는데 ..
우리 고객은 내게...
"뭐하러 언니는 언니 담당 손님도 아닌데 거기가서 공을 찾아주는거야 ?
언니 담당인 우리 둘 한테만 신경써!"...
뭐야 ......!!!!
아까 둘씩이나 되면서 공도 못찾아줬다고 혼내킬땐 언제고 .. ㅠㅠ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건지 .. ㅠㅠ
또 못찾거나 안찾아주면 ...
또 언니가 둘씩인데 ... 하면서 혼낼꺼면서 ..ㅠ
공을 찾아주고도 욕을 얻어먹는 상황이 바로 이런거였구나 .... ㅠㅠ
9홀은 이런 긴장속에서 홀아웃을 하였다 .
우리팀 담당 고객은 많은 돈을 딴 분위기였다 .
주머니는 무거워 도저히 걸어다닐 상황도 아니어서,
꼭 카트로 이동을 시켜 줘야 했고 ...
가까운 은행에 가서 돈세는 기계를 빌려와야 하나 어쩌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
동료 캐디 담당 손님들은 주머니가 너무 가벼워,
풍선 하나만 손에 쥐어주면
하늘 위로 휙 ~ 하고 날라가 버릴꺼처럼 가벼운 상태가 되었다 .
자 앞팀도 아직 티샷 안했는데 ..
막걸리 한 사발씩 하자고 ~~
짧은 시간동안 술을 마시고, 무슨 부끄러운 일이 생긴 사람마냥
얼굴이 빨개져서 나온 고객님들 ...
전반과는 다른 분위기로 바뀌었다 .
농담 한마디 하지 않던 내 고객님들도
막걸리 한사발 하시더니,
하하 호호 ... 오케이 오케이 ..를 연발하며,
그린에서 기브를 시원시원하게 주셨다 .
갑자기 변하셨다 .
왜 이러실까 ... ...???????
역시 술 덕분이었다 .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화목하게 바꿔준 술 ....
그 순간에는 술이 너무 고마운 존재였는데 ..
한편으로는 술을 드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끝이 났을까 ...
궁금해진다 .... ㅎㅎㅎ
정말 오랫만에 신입처럼,
모든 세포가 바짝 긴장한 라운드였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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