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는 식사를 하고 나서 애들과 같이 테레비를 보다가 습관적으로 옆에 있는 퍼팅연습기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12시가 넘어서 외클을 잠깐 들어와 보다가 옆에 있는 한국영화 CD가 눈에 들어와서 컴터에 집어넣고 보기시작, 보고 나니 2시 30분이더군요.
서재(서재랄 것은 없고 그냥 책과 컴터를 넣어 둔 방)에만 불이 켜져 있고 다른 방은 다들 잠이 들어 온 집안이 조용한 시간, 서재를 나서서 냉장고에 물을 마시러 거실로 가니 거실 한 구석에 펼쳐져 있는 퍼팅연습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물을 한 모금 물고 침실로 자러들어갈까 하고 지나가는데 아무래도 자꾸 퍼팅연습기가 신경이 쓰입니다. 그리고 왠지 그 퍼팅연습기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너, 지금 나를 보고도 연습하지 않고 지나가면 퍼팅 잘 안될거다\'\'라고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야, 좀 늦어서 곤란할 것 같다. 밤이 늦으니 아래층에도 신경이 쓰이고 자고 있는 마눌이 깨어나서 이 시간에 내가 퍼팅연습을 하고 있는 것 보면 마눌이 아마도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든지 아니면 너를 쓰레기통에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번에는 연습 안하고 바로 자야겠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퍼팅연습기가 \'\'맘대로 해라. 단지, 네가 지금 연습을 하지 않으면 너는 다음 라운딩에서 퍼팅을 완전히 그리게 될 것이다. 선택은 네가 해라 그리고 결과도 네가 책임져라. 어떻게 할래?\'\' 하고 사람을 협박을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좀 불안해서 한손으로 퍼터를 잡고 볼을 굴려보니 소리가 별로 나지 않는 것이 좀 할만 합니다. \'\'그래, 내가 이 정도의 정성은 보여줘야 퍼팅神도 나를 도와줄 것 아니겠나\'\'하면서 양손으로 잡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퍼팅 연습을 한참을 하니 허리도 아프고 불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연습을 했기 때문에 눈도 피곤했지만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뿌듯해져만 갔습니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반드시 복을 받게 될거야. 퍼터도 내게 감동을 해서 나를 도와줄거야. 퍼팅神도 나에게 감동을 받을거야. 다음 라운딩에서는 새로운 퍼팅의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을 하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점점 뿌듯했습니다.
마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수도자처럼 그렇게 한참을 어두운 거실구석에서 퍼팅연습을 하고나니 시간은 이미 3시가 넘어서 새벽으로 향하고 있더군요. 시간이 늦으니 내일 출근을 할 일이 걱정도 되고, 또 마눌한테 들킬까봐 켕기기도 하고 해서 결국은 연습을 중단하고 들어가 잤습니다. 퍼팅신도 나의 정성을 알아 줄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아주 편안하게 누웠습니다. 그 뿌듯함이란...
막 자리에 눕는데 마눌이 눈을 부시시뜨고서 묻습니다.
\"뭐하다 이렇게 늦게 자는거야?\"
저, 그냥 한 마디만 합니다.
\"인터넷좀 보다가 왔어\"
마눌 묻습니다.
\"몇 시야?\"
저, 그냥 대충 얼버무립니다.
\"어~ 얼마 안됐어\"
마눌이 더 이상은 묻지를 않고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휴~
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골퍼들에게야 이게 정상이고 누구든 경험이 있는 것이겠지만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도저히 제 정신인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닐 것입니다. 슬쩍 맛이 갔거나, 아니면 골프몽유병이 걸렸다거나 한 상태이겠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매일 이렇게 열심히 또는 병적으로 그 것에 매달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 정성을 기울여 가면서...
골프신께서 이 정성을 알아 주시면 좋겠는데........
퍼팅神이시여,
어젯밤의 저의 그 간곡한 기도와 그 갸륵한 연습을 부디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