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치면서 힘을 뺀다는 것, 참 힘이 듭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무작정 힘을 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도 원하는 만큼의 거리를 보내는 것이
힘이 든다는 얘기겠지요.
힘을 빼고도 그만한 거리를 간다는 확신이 없는 것이고
힘을 빼야 비로소 멀리 날아가는 원리를 모르거나
머리는 원리는 알고 있을 지 몰라도
몸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뜻일 겁니다.
골프에서 기술이나 요령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힘을 빼는 데 3년이 아니라 30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힘을 빼기가 어려운 것
힘이 빠진다는 것이 '경지에 이르렀음'을 반증한다는 것
비단 골프만의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검술이 그러하고
모든 격투기가 그러합니다.
야구의 타자가 그러하고 투수가 그러합니다.
축구의 최전방 공격수가 발에 힘이 들어가면
결정적인 순간에 골대 밖으로 강 슛을 날립니다.
멀쩡히 글을 잘 쓰다가 신인작가상이라도 받고 나면
한 동안 글쓰기가 안 된다는 것이나
연기자가 연말에 특별한 상을 수상하고 나면
한동안 연기가 잘 안 풀리는 것도 다~
힘이 들어가서 그런 겁니다.
힘이 들어가면 노래도 안되고
힘이 들어가면 스트레칭도 안되고
힘이 들어가면 비즈니스도 사업도 장사도 안됩니다.
그 어떤 경우라도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얘기인데
그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힘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란 무엇일까요?
탈진, 자포자기, 나태와 태만, 게으름……
뭐 이런 종류의 힘 빠짐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움이나 여유로움을 얘기하는 거겠죠.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부드러움이라는 것이 그냥 흉내를 내거나
따라 하고 싶다고
따라 해 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여유롭지 못한데 여유로운 미소가 가능하기나 한 일입니까?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행동거지가 가능하겠냐고요?
모양만 그럴듯한 느끼한 매너가 아니라
온유한 품격을 갖춘 절도 있는 부드러움이 되려면
상당한 정도의 자신감에 바탕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자신감은 욕심을 한껏 줄여놓았거나
욕심의 크기를 훌쩍 뛰어넘을 만큼의
탄탄한 준비와 실력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골프에 있어서의 힘 빼기를
골프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지평을 넓혀서 살펴보면
힘이 빠지지 않고 오히려
힘이 들어가는 이유는 사뭇 분명해집니다.
힘이 들어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력대비 지나치게 큰 욕심이고
조그만 성취를 확대 해석하고 우쭐해 하는 교만한 마음이고
운동원리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는 게으름이고
턱없는 준비 부족이 만든 긴장입니다.
골프에서 힘이 잘 빠지지 않을 때
돌아보아야 합니다. 비단 골프만의 문제인가
내가 내 삶에서 힘 빼기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힘 빼기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는 것이고
여백의 미이면서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힘을 빼면 많은 것이 보입니다.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면 시야가 좁아지고
사고의 영역이 좁혀집니다.
눈에 뵈는 게 없어지죠
당연히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를 놓치게 됩니다.
골프에서 힘을 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살이에 대해 겸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진정한 강인함은 기다림이요 부드러움이라는 것을 터득한 사람입니다.
노력대비 합리적 기대수준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고
구체적인 전략과 목표를 갖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어떤 일에 필요한 기본기를 잘 닦고 있는 사람이고
준비가 철저한 사람입니다.
골프에서의 힘 빼기를 당면한 골프의
기술적 과제로 인식하지 말고
삶 전체의 힘 빼기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옳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