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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골프우화> 너는 샷을 할 때 뭘 보니?
작 성 일
2009-12-15
조 회 수
2444
작 성 자
엘코프로메이드
첨부화일
오랜만에 두 친구가 골프를 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한 친구는 장안에서 골프가 나름 경지에 이르렀다고 소문난 친구여서
여기 저기 골프를 함께 치자는 제안을 넘치도록 받는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에게 한 수 배워보겠다고 다른 한 친구가 어렵게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드디어 그 날
뭔가 할 수 진하게 지도를 받아보려는 바램과는 달리
9홀이 지나도록 친구는 아무 말이 없이
자신의 골프에만 집중합니다.
역시 잘 칩니다.
참다참다
10홀을 지나면서 친구는 넌지시 한 마디 건냅니다.
'너 진~짜 잘 친다'
'한 수 좀 가르쳐 주라!'
'내 스윙이 어떠냐?'
묻는 말에는 대답을 않고 친구는 뜬금없는 소리를 합니다.
'친구야!
너는 샷을 할 때 뭘 보니?'
'보긴 뭘 봐
끝까지 공을 보려고 애쓰지.'
'그래?'
'나는 공을 보는 내 마음을 보는데……'
'?!!!!!'
또 한 참을 말이 없이 두 세 홀을 지나더니
또 묻습니다.
'친구야 너는 핀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니?'
'글쎄?'
'좀 더 가까이 붙여야겠다 거나
아니면 벙커에는 들어가지 말아야겠다 던가……'
'그러니?''
'나는 핀을 보는 내 마음을 보는데……'
알 듯 말 듯한 소리를 궁시렁거리더니 또 말이 없습니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되어서
친구는 묻습니다.
'핀을 보는 마음을 본다는 게 뭔데?'
'응 별거 아냐'
'핀을 볼 때,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긴장하고 있는지 두려워하고 있는지
뭐 그런 마음을 읽으려 애쓴다는 거지'
'읽으면 어떤데?'
'뭐, 어떻다기 보다는
들여다 보는 것 만으로도 그 마음이 무엇이든,
눈 녹듯 많이 누그러져.
그리고 그 마음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결과도 대개는 부정적이지
여지 없더라고!
너도 한 번 해봐~'
또 한동안 말이 없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홀에 이르렀습니다.
마지막 파 퍼팅을 하려고 이리저리 가늠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다가와서 묻습니다.
'퍼팅 할 때는 무슨 생각을 하니?'
'꼭 넣어야겠다거나 안 들어가면 어쩌나
뭐 그런 생각하지 않나?'
'다들 그런 거 아냐?'
'응~! 그렇구나'
'나는 홀 컵에 공이 굴러들어가는 그림을 그리는데…….'
그 친구와의 라운드는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나름 어렵게 만든 자리였는데 은근 부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친구와의 라운드 이후에
연습장에서건
필드에서건
샷을 할 때 공을 보는 마음을 읽게 되고
핀을 볼 때 핀을 보는 마음을 보게 되고
퍼팅을 할 때 자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 친구와의 라운드 이후
또 한 친구는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세월이 흘러 둘이서 한 판의 멋진 라운드를 하고
찐하게 한 잔 걸쳤다는…… 전설 같은 얘기
ㅎㅎㅎ
.
.
.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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