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이야기들
1.
지난 7월에 칼럼으로 올렸던 마지막 개인레슨의 주인공이신 박사장님
5개월의 레슨을 다 마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학교로 나와 연습을 하고 계십니다.
만나면 최근의 경기이야기도 같이 나누고, 연습을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지금부터는 AS과정이니 레슨비는 더 이상 안받겠다고 했더니,
가끔씩 골프장학재단설립을 위한 후원금을 보내주시고 계십니다.
얼마 전, 인사를 하는데 유난히 생글생글 웃고 계시더군요.
뭔가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교장선생님,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프공 하나로 18홀 라운드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구력 25년 만에 처음으로 100타를 깼다고 합니다.
박사장님, 축하합니다.
2.
지난 9월, 골프는 지독한 꿈이라는 칼럼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직장인투어를 열겠다는 약속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도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진행된 것 같아
2010 직장인투어를 위한 선수위원모집공고를 학교홈피에 냈습니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직장인들에게 골프란
직장인들에게 골프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그 대답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분에게는 직장내에서 소통하고 살아남기 위한 무엇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biebi님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몇 년 전 골프를 6개월 정도 배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애기들이 태어나면서 가정에 충실하기 위하여 골프를 접었다고 합니다.
골프를 그만두고 나니,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회사 안에서 심각한 “왕따”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같이 일하는 팀의 규모는 팀장을 포함해서 7명.
한 명, 두 명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자기만 골프를 하지 않으니 점점 대화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봄에 골프를 다시 시작했고,
한 번 라운드를 나가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치고는 바로 학교에 입학을 하셨습니다.
그날이 지난 7월11일 이었습니다.
스윙분석은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학교를 나와 세시간씩 수업을 합니다.
1.5시간은 점수를 줄일 수 있는 숏게임과 퍼팅을 연습하거나, 7홀 라운드를 합니다.
나머지 1.5시간은 스윙을 가다듬는 연습을 주로 합니다.
월말에는 중간고사를 봅니다.
7홀 라운드를 하면서 점수를 기록하고, 2번홀 티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스윙을 촬영합니다.
스윙촬영과 스윙분석
‘골프는 폼이다’라는 명제가 골프계를 휩쓸면서
최첨단의 스윙분석기와 스윙분석기법이 최고의 마케팅포인트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 확실히 스윙촬영과 분석은 골프지도에서 뺄 수 없는 수단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누구라도 인정해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강한 약’인 것 같습니다.
너무 강한 약을 자주 처방하다 보면, 나중에는 중독이 생기기도 합니다.
공을 원하는 곳으로 날려보내겠다는 스윙의 목적은 점점 잊어버리고
오직 스윙을 하는 내 모습만 머리를 지배할 수 도 있습니다.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뭐가 잘못된 것일까를 분석하기 시작하고, 자책과 자체레슨으로 게임을 망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한 달에 한번, 그것도 실전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분석하고
스윙개선의 방향을 잡고, 연습방법을 선택하는 길라잡이로만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1. 스윙의 축을 세우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처음에 본 Ebiebi님의 스윙은 누가 보아도 무너지는 스윙이었습니다.
그렇게 무너지는 이유는 스윙의 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일 처음 한 일은 스윙의 축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스윙이란 클럽으로 하나의 깨끗한 원을 그리는 과정입니다.
(김헌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지요......)
그런데 원이란 무엇인가요?
중학교시절 수학교과서에서 배운 원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한 점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따라서 하나의 원을 그리기 위해서는 중심이 정해져야 하고, 거리가 정해져야 합니다.
스윙을 통해서 하나의 원을 그리기 위해서도 중심이 필요합니다.
그 원운동의 축을 왼쪽다리라고 잡는다면,
스윙이 끝났을 때, 왼다리를 중심으로 깨끗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Ebiebi님에게도 첫날 그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3개월 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2. 백스윙은 상체와 하체의 꼬임을 만드는 과정이다.
백스윙은 힘을 모으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충분히 어깨를 돌리는 것입니다.
다행히 ebiebi님은 처음부터 어깨의 회전은 충분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어깨의 회전이 충분히 일어난다면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상체와 하체의 꼬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깨의 회전은 유지하도, 가급적 허리의 움직임은 자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꼬임이 클수록 스윙의 기본파워가 강해집니다.
그래서 얼마나 꼬임을 만들어야 할까요?
몸의 유연성이 허락하는 범위 내여야 합니다. 그래야 스윙에 무리가 없습니다.
몸이 유연하지 못하면 그만큼 파워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biebi님의 초창기스윙은 어깨와 허리가 같이 돌아가는 스윙이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고 나서는
어깨의 회전은 그대로 살아있지만, 허리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 스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가장 근본적인 부분에서의 개선이 있었기에 거리도 차분히 확보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3. 제대로 휘둘러 주어야 한다.
힘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임패트 순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대로 휘둘러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가지고 있는 힘을 집중해서 제대로 뿌려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영어로는 ‘릴리즈(release)’라고 부르나 봅니다.
우리말로 “풀어주다, 방출하다, 놓아주다” 뭐 그런 뜻들을 담고 있습니다.
ebiebi님의 초장기 스윙에도 릴리즈라는 과정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9.26 스윙에는 제대로 된 릴리즈의 모습이, 제대로 한번 잡혔습니다.
4. 오버스윙은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다.
오버스윙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오버스윙을 극복하기 위한 연습을 별로도 하지는 않았습니다.
허리의 움직임을 제어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버스윙의 문제도 많이 개선이 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오버스윙도 워낙 유연해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의 꼬임이 파워의 원천임을 믿고
보다 정확한 임팩트를 위해서는 그렇게 큰 백스윙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습과 실전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퍼팅/숏게임 실력의 향상과 스윙의 개선
처음 학교 문을 열면서 제일 먼저 강조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연습의 균형을 잡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6월부터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선생님들과 학생들이 같이, 한 달에 한번 대회를 나가서
캐디가 기록한 것이 아니라
참가 선수들이 규칙에 따라 제대로 기록한 자기 점수를 받아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ebiebi님도 8월 3차 대회부터 10월 5차대회까지 참가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18일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나서 학교홈피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기셨더군요.
드디어 진짜 ‘100돌이’^^
091018 : 100 (전반52+후반48, 퍼팅:40, GIR:3, 파:4, 버디:0) 지산CC(서+동) KPGS 5차
091005 : 112 (전반53+후반59, 퍼팅:39, GIR:0, 파:0, 버디:0) 자유CC(아웃+인)
091002 : 108 (전반56+후반52, 퍼팅:38, GIR:2, 파:1, 버디:0) 프라자CC(라이언)
090920 : 110 (전반61+후반49, 퍼팅:43, GIR:2, 파:0, 버디:0) 지산CC(동+서) KPGS 4차
090827 : 118 (전반61+후반57, 퍼팅:40, GIR:1, 파:0, 버디:0) 태영CC(미들+웨스트)
090816 : 108 (전반59+후반49, 퍼팅:38, GIR:1, 파:0, 버디:0) 아시아나CC(동코스) KPGS 3차
우선 기분 좋습니다. ^^
제가 7월11일에 입학을 했으니, 100일만에 '드디어' 100타를 기록했네요.
즉, '진짜' 백돌이가 되었고 '진짜' 핸디28이 됐습니다.
트리플플레이어(이런 단어 있나요? --)로 입학하여
트리플과 더블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이제는 더블과 보기 사이에 슬며시 진입하게 되었네요.
어제 그리고 오늘, 자축중입니다. ㅋ
골프채를 들고 있음에도 마치 여의봉을 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중학교때 학생주임. 고등학교때 교련선생님이 연상되는..ㅎㅎ) 담임선생님.
어제 100타 못 깨서 죄송요……
연습 안하고 실전만 자주 나간다고 실력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지만
실전 없이 연습만 죽으라 한다고 발전을 보장해 주지도 않습니다.
결국은 연습과 실전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지요…..
학교가 투어를 시작하면서
학교 내에서도 이제 연습과 실전 사이의 균형이 나름 생기는 것을 보니 마음이 즐겁습니다.
이론과 실기의 균형. 지덕체의 완성
7.11 30대 직장인 한 분이 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스윙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스윙과 숏게임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연습과 실전의 균형을 잡아가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요즘은 실기와 이론의 균형을 잡아가는 학교를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골프의 이론적인 부분들을 많이 전달해 줄 수 있을까?
그래서 올 겨울에는 이론과정을 열어서, 교실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만나볼까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덕체가 완성되는 학교로 가지 않을까요……
골프실력이 늘고,
맞추어 이론의 깊이도 더해지고,
더불어 인생의 지혜도 서로 찾아가는 학교 시스템……
30대 직장인을 위한, 30대 매니아를 위한 골프사관학교를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나이 40에 이왕 시작한 일, 거기까지 한번 가보려 합니다.
굳은 심지로 가보려고 합니다.
설령 누군가 ‘자기PR 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지라도
더 이상 글을 내리는 못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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