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가능한 스윙을 꿈꾸며
지난 달, 100일만에 정확하게 100타를 치신
Ebiebi님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올렸습니다.
어느 분께서 질문을 주시더군요.
"스윙 폼이 그렇게 좋아졌는데 어떻게 100타 밖에 못쳐요?"
그 분의 질문은 제 귀에는 이렇게 들렸습니다.
"스윙 폼이 좋아지면 점수가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질문을 하신 분께서 이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프로들의 스윙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이는데
스윙 폼은 좋지만 점수는 안 좋은 사람들도 있고
스윙 폼은 개판이지만 항상 싱글을 기록하는 고수들도 있고....
참 혼란스럽네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하는 많은 분들의 머리 속에는
"스윙 폼 = 골프점수"라는 등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스윙 폼이 좋아도 점수가 안 좋은 사람도 있고
스윙 폼은 엉망이라도 점수가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스윙 폼 = 골프점수"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스윙과 골프점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1. 스윙 폼이 아니라 스윙의 반복가능성이 중요하다.
짐 퓨릭
현재 세계랭킹 14위. 페덱스포인트 4위. 상금랭킹 7위. 투어평균점수 3위
하지만 "8자스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한 스윙의 대명사
짐 퓨릭이 그런 이상한 스윙으로 세계정상급의 실력을 유지하는 것은
짐 퓨릭이 가지고 있는 반복가능 능력 때문일 것입니다.
폼이 아무리 이상해도 클럽헤드가 항상 똑 같은 길을 지나갈 수 있다면
공은 항상 똑 같은 모습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그 모습이 직선이 아니라도 상관없습니다.
왼쪽으로 휘던 오른쪽으로 휘던 항상 똑 같은 구질이 나타난다면
그래서 어디에 공이 떨어질 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코스공략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스윙의 반복가능성을 키울 수 있을까요?
누가 뭐래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연습량입니다.
연습 안하고 일관된 샷으로 좋은 점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주일에 몇 시간을 연습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도달 할 수 있는 점수대가 바뀐다고 말씀하신
김헌선생님의 말씀에 100% 동의합니다.
두 번째로는 스윙의 개념자체가 반복가능하기 쉬운 형태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가끔씩 너무 복잡한 스윙이론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이론의 정확함과 정교함을 떠나서, 과연 그 이론대로 얼마나 스윙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휘두르고, 돌리고, 버티고... 그 정도면 스윙의 정의로 충분합니다.
거기에 가급적 큰 근육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스윙이 정의되어 있다면
스윙 자체의 반복가능성은 더 커질 것입니다.
반복가능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연습방법이 있을까요?
연속으로 많이 휘둘러보면 됩니다.
5번 연속, 10번 연속, 100번 연속... 쉬지 않고 반복해서 연습스윙을 해보면 됩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이 수용가능한, 효율적인고 반복가능한 스윙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해보신 분은 다 압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스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때는 몸을 단련해야 할 것입니다.
유연성과 근력이 겸비된 탄력 있는 몸으로......
그러면 스윙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입니다.
2. 스윙 폼의 개선은 점수의 개선이 아니라 효율성과 잠재력의 개선이다.
그렇다면 레슨을 받으면서 스윙 폼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로들의 스윙을 보면서 그 이미지를 머리 속에 담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보다 효율적인 스윙을 하기 위함입니다.
자신의 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하여
가장 멀리, 가장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효율적인 스윙이 몸 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점수가 좋아질까요?
그것은 아닙니다.
스윙의 모습이 좋아지고, 그래서 공이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정확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만큼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점수의 잠재력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저 사람, 스윙은 싱글인데 점수는 항상 100개야..."
스윙을 보면 도달 할 수 있는 점수의 잠재력은 싱글이 충분한데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스윙을 가진 것만으로 좋은 점수를 내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퍼팅실력, 숏게임능력, 코스에서의 경기운영능력, 체력, 정신력......
스윙이 좋은 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아니 어쩌면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것들을 먼저 갖추고 나면
나중에 스윙이 조금씩 발전하는 만큼 점수가 개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3. 스윙 폼의 개선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골프를 더 즐기기 위함이다.
그러면 도대체 왜 "스윙 폼 = 골프점수"라는 공식이 생겨났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골프는 폼(Form)이다"라는 명제를 들을 때 마다 마음 속으로만 농담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폼? 그것은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뜻인가? 그럼 "골프는 쇼(Show)다"라고 해야지......
저 역시나 학생들의 스윙 폼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그 목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은 아닙니다.
보다 효율적인고, 반복가능한 스윙을 통해서
공을 제어하는 능력을 키우고
생각대로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골프를 더 즐거운 운동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100타면 대한민국 골퍼들의 평균점수일 것이라고 저는 추정합니다.
규칙대로 정확하게 100타면,
멀리건과 OK가 있는 평범한 친선라운드에서 과연 몇 타라고 기록되었을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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